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시작된 첫 일과는 기지 북쪽에 위치한 호수에 도둑갈매기 관찰용 카메라 장비를 설치하는 일이다. 다른 바다새가 사냥한 먹이를 공중에서 빼앗는 식성의 바닷새를 도둑갈매기라고 한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와 연구원들은 '하늘 길'이라 이름 붙은 1km 거리의 눈밭을 걸어 이 호수에 도착했다.

최대 지름 50여 미터 쯤 돼 보이는 이 작은 호수를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스쿠아(skua)호’라고 부른다. 도둑갈매기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뜻이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북쪽에 위치한 '스쿠아(skua) 호수'. 영상 카메라는 4시간 마다 호숫가를 찍어 도둑갈매기의 개체수를 확인한다.

실제 호수 주변은 돌이 많아 도둑갈매기들이 알을 산란하고 품을 수 있기 좋은 환경이다. 바다 얼음으로 둘러싸인 남극 해안에서 번식지 바로 옆에 염분이 없는 담수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장보고과학기지 인근에서 촬영한 도둑갈매기의 모습. 도둑갈매기는 펭귄의 천적 중 하나로 새끼 펭귄이나 알을 먹는다.

도둑갈매기들은 이곳에서 목욕을 하며, 먹이 활동을 하기 전 채비를 갖춘다. 김정훈 박사는 "매년 여름이면 100여 마리의 도둑갈매기들을 이 호수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은 도둑갈매기들이 산란 전 펭귄이나 물범의 태반을 찾아다니는 바쁜 시기라 만나보기 힘들다. 김용수 연구원과 김우성 인천대 학생은 아직 얼어붙어 있는 호숫가에 도둑갈매기보다 한 발 앞서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스쿠아호수에 가려면 1km 거리의 하늘길을 지나야 한다. 우측에 남극에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송도오름'이 보인다.

카메라는 앞으로 2주 후 얼음이 녹은 스쿠아호를 찾은 도둑갈매기들을 6시간 간격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도둑갈매기들이 하루 중 언제 자리를 비우냐에 따라 물고기나 크릴새우와 같은 남극 바다생물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지를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