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 최대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을 잡을 유일한 기회다. 이런 시점은 다시 오기 어렵다."

상하이 삼성전자 매장, 인산인해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문을 연 삼성전자 플래그십 매장 앞에서 중국 취재진과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시장이 열린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도 못 지키고 처참하게 실패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중국 생산을 중단하고 현지 판매 업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중국 공략법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5G 서비스가 계기다. 5G라는 새로운 판에서 한판 뒤집기를 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의 주요 상대는 화웨이·샤오미 등 강력해진 중국 업체들이다.

◇생산 방식 바꾸고 조직 개편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올 3분기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3억6630만대) 중 26%(9540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중국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3년 19.7%였던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갤럭시노트7 폭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부상 등으로 수직 하락했다. 2018년엔 시장 점유율 0.8%에 불과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올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6%다.

현재 중국 시장은 화웨이가 점령했다. 올 초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인들은 화웨이 폰을 샀다. 올 3분기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년 전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오른 43.5%다.

애플도 중국에서는 점유율 8%로 오포(17.2%), 비보(18.1%), 샤오미(9.4%) 등 중국 업체들에 밀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수차례 조직을 정비하며 갖은 수를 다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판이 열렸다. 지난 1일 중국이 5G 통신을 시작한 것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2025년 전 세계 5G 서비스 이용자는 16억명이고, 이 중 중국 사용자는 33%인 5억33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 대(對)중국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중국 내 자체 생산을 포기했다. 지난 9월 중국에 남은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 문을 닫았다. IHS마킷에 따르면 대신 저가 모델 위주로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최대 20% 가량을 중국 업체에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1개 지역본부와 사무소를 5개 지역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동안 직접 운영했던 판매망도 중국 업체와 손잡고 현지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보통 조직 개편은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고 실시하지만 이번엔 중국 5G 시장 개화에 맞춰 빠르게 추진했다"며 "우리가 세계 첫 5G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온 5G 기술을 중국 시장에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1%도 안 되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두자릿수까지 끌어올리자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폴드·5G폰으로 시장 선점 나서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둥루에 초대형 모바일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연 첫 플래그십 매장이다. 2개 층 800여㎡ 규모에 5G 체험존, 스마트홈 기기 시연 공간이 마련됐다. 권계현 삼성전자 중국총괄장(부사장)은 개관 행사에서 "중국 5G 시대에 맞춰 판매 방식도 혁신하자는 시도"라고 했다.

신제품도 대거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9~10월 중국에 갤럭시 노트10플러스 5G와 중저가폰인 갤럭시 A90 5G 폰을 출시했다. 지난 8일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내놨다. 다음 주엔 중국 특화 프리미엄 폰인 'W20 5G'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6~7종의 5G 스마트폰을 중국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초기 반응은 좋다. 올 3분기 기준 중국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9.0%를 차지해 비보(54.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8일 갤럭시폴드는 중국 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1차 물량이 동났다.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에서 판매한 것도 2초 만에 모두 팔렸다. 초기 판매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일단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로 중국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고 본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지난 1일 화웨이는 5G 시장 개막에 맞춰 주력인 '메이트 30 5G' 스마트폰을 중국 시장에 내놨다. 화웨이는 또 오는 15일 자사 첫 폴더블폰 '메이트 X'를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중국 5G 시장을 잡지 못한다면 조만간 화웨이에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주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