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되며 현산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수가 결정될 경우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면세점과 호텔·리조트 등을 하나씩 인수해 키우던 사업 구조가 크게 달라지게 되는데, 긍정적인 면과 함께 위험 요인도 있는 상황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비건설업 확장, 항공·유통 시너지 기대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기대되는 첫 번째 효과는 ‘사업 확장’이다. 현산은 다른 대형건설사와는 다른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다. 보통 대형사의 경우 국내에선 건축·토목, 해외에선 플랜트 사업을 두루 영위한다. 하지만 현산은 위험 요인(리스크)이 많은 해외사업 대신 안정적인 국내 건축사업, 특히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해왔다. ‘아이파크’라는 주거 브랜드로 유명하다.

2015년 신라호텔과 HDC신라면세점을 열며 유통분야에 진출한 것도 건설사로서는 독특한 행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와 부산 해운대의 ‘파크하얏트 부산’ 등 호텔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올해 8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의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도 인수했다. 건설업 내부에서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유통·리조트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신경을 쓴 것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 전시된 모형 항공기 뒤로 승무원이 지나가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이런 비건설분야 비중을 키우겠다는 접근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으로 현산은 건설 매출보다 비건설 매출이 더 커질 상황이 됐고, 전혀 다른 색깔의 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산 매출액은 2조3301억원,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3조4685억원이었다.

현산은 또 기존의 면세점, 호텔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내심 바라고 있다. 항공과 유통, 숙박은 모두 상품으로 연계하기 좋은 사업들이다. 현산은 특히 그동안 ‘라이프스타일기업’을 표방하고 있었다. 항공업이 이런 현산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업종이라고 판단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부동산 개발해 유통·레저로 채운다…’승자의 저주’는 우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면 현산의 사업은 크게 ‘투 트랙’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부동산업이다. 현산은 단순 시공업체가 아닌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를 추구하는 회사다. 땅을 고르고 매입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디벨로퍼다.

현산은 지난해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프롭테크와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앞으로 주거시설과 대형유통시설 등이 구성된 복합주거시설 개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용산병원과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두 번째는 항공을 주축으로 유통·레저 등이 포함된 소비자 상품 사업이다. 현산은 기존 리조트와 호텔, 면세점 등의 사업을 항공업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을 통해 조성한 복합시설까지 연계하면서 정몽규 회장이 꿈꾸는 라이프스타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현산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1조3500억원 정도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10조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빚지고 항공기를 사들이는 항공사업을 하기엔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가 상승과 세계 경기 침체 등 악재를 만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HDC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위험도 있다. 국내 사업 비중이 큰 현산은 그동안 대외적인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기업은 아니었다. 이제는 세계 경기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됐다.

현산은 올해 상반기 29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자산기준 재계 순위는 33위다. 반면 28위인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1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 본업에서는 확실한 수익구조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위험이 큰 항공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현산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