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며 서울에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한 ‘로또 청약’ 열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약에서 소외된 30대 직장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약 점수가 부족한 이들 사이에서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규제지역 청약이나 기존주택 매수 등 우회 전략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 발표 이후 청약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도권에서 개관한 모델하우스들이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피고 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과 2020년까지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는 총 52개 단지 6만153가구다. 이중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는 11개단지 2만6917가구다. 이 단지들 중 10월29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의 경우 내년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을 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나머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에서는 청약 쏠림과 분양시장 과열이 일어나 ‘로또 청약'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약 가점이 30~40점 대로 서울에서 당첨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특히 30대 직장인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만약 집을 꼭 사려고 하는 수요자라면 당첨이 어려운 곳만 쳐다보지 말고 다양한 우회 전략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양가족수를 높이는 게 청약 가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며 "하지만 입지조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의 분양 매물들은 당첨 가점이 낮은 곳도 있는 만큼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임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단지도 시장 여건이 바뀌면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미분양이 해소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대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다자녀 특별공급 등에 부지런히 도전해 기회를 확대하는 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이나 임대아파트, 위례신도시나 과천지식정보타운 등의 특별공급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청약에 도전하지 말고 기존 주택으로 눈을 돌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청약이 어려우면 기존주택 매입으로 적극 돌아서야 한다"며 "서울 안에서도 교육 여건이 좋은 노원구나 교통망이 개선되고 있는 은평구 등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는 곳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는 "30대는 6억~7억원 수준의 아파트가 눈높이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10억원 이상 하던 서울 아파트는 매우 많이 올랐지만, 오히려 6억~7억원짜리 아파트는 많이 오르지도 않았거니와 9.13 대책 이후로 떨어진 단지도 있는 만큼 이런 아파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그냥 집을 빨리 사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어렵지만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시작해 서울로 올라오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