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이 오는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이번 상장을 두고 그룹 내 경영권 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시스템의 3대 주주인데, 한화시스템 상장과 함께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불완전한 구조다. 지배구조도 두 회사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화(000880)는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2.65%)로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36.88%), 한화생명(088350)(18.5%),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34%) 등을 거느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지분율 50%), 김동원 한화생명 총괄상무(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25%)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 핵심 축으로 꼽힌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S&C에서 투자 부문만 떼어내 물적분할한 회사다.

그래픽=이민경

◇김 회장 세 아들, 한화시스템 상장으로 한화그룹 지배력 높일 수 있어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100%), 한화종합화학(39.16%), 한화토탈(50%), 한화시스템(14.48%)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중 한화시스템이 오는 13일 상장하고, 손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이 2020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을 세 아들의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를 상장시켜 에이치솔루션의 몸값을 올린 뒤 ㈜한화에 대한 세 아들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김동관 전무(4.4%), 김동원 상무(1.67%), 김동선 전 팀장(1.67%)까지 총 7.74%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이민경

한화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3대 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의 자분가치가 상승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화 지분 추가 매입이나 교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에이치솔루션은 지난 8월부터 ㈜한화 주식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 초 2%였던 지분율은 이달 기준 4.2%까지 올랐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는 최근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로 확정된 1만2250원 기준 1조3503억원이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의 상장 후 지분가치도 약 2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종합화학 상장까지 2020년에 예정대로 이뤄지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삼성-한화’ 빅딜 당시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2021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바 있다. 한화종합화학 상장은 한화시스템보다 규모가 클 전망이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에이치솔루션의 지분가치는 약 1조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 상장 후 몸집 키운 뒤 승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이번 상장을 계기로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큰 틀에서 방산, 금융, 화학 등 업종별로 계열사를 묶어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간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유사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만, 경영 승계는 한화시스템 상장 직후가 아닌 18개월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호예수 기간을 18개월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이 한화시스템의 덩치를 키워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보호예수가 끝나는 시점에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통해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4~5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16.84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김연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상장 후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