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한국의 특수 기념일…일본과는 별개"
일부 편의점 본사, '빼빼로데이' 명칭 사용 안 하지만 점주들 '자체 준비'
"그나마 활기 띠는 날" 연중 최대 대목…매출 최대 7배↑

"11월 11일만큼 고마운 날이 없어요. 매출이 정점을 찍는 날인데 제대로 준비해야죠."

빼빼로데이를 사흘 앞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200m 간격으로 들어선 각기 다른 편의점의 창문에는 하나같이 ‘빼빼로데이 1+1’ ‘11월 11일’ 등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따로 마련된 행사 매대엔 다양한 종류의 빼빼로와 초콜릿이 빼곡했다. 앞서 일각에선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빼빼로데이 행사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 정모(53)씨는 "이달 1일부터 빼빼로데이 행사 매대를 꾸몄다"며 "혹시나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 빼빼로가 안 팔릴까 싶어 초콜릿을 많이 꺼내놨는데 행사 전과 비교해 오히려 빼빼로만 매출이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점주는 "빼빼로데이는 한국만의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불경기에 그나마 활기를 띨 수 있는 날인데 본사 측에선 빼빼로데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해 황당했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에는 ‘빼빼로데이’ 대신 ‘하나 더 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따로 진열된 매대에는 빼빼로데이 관련 제품이 빼곡했다.

실제 올해 일부 편의점 본사에서는 ‘빼빼로데이’ 명칭을 쓰지 않고 대체할 행사명을 내놨다. 편의점 GS25는 빼빼로데이 단일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고 ‘하나 더 데이’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벌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빼빼로뿐 아니라 모든 품목에 대한 1+1 등 행사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도 빼빼로데이 대신 ‘스윗 데이’라고 명명하고 별도의 빼빼로데이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지 않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빼빼로 관련 기획 상품을 출시하는 상황은 예년과 다르지 않지만, 올해는 초콜릿 등 더 다양한 상품을 함께 준비하고 빼빼로데이 명칭은 쓰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편의점들이 불매운동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빼빼로데이 행사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밖에 진열된 빼빼로데이 행사 상품.

하지만 현장에서는 편의점 브랜드와 상관없이 점포 대부분이 외부에 행사 매대를 꾸려놓고 자체적으로 빼빼로데이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 김모(44)씨는 "수요가 충분히 있는데 빼빼로를 앞세우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빼빼로데이의 취지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날을 빌려 마음을 전하자는 것인데, 일본과 빼빼로데이를 엮어 기념일의 의미를 훼손시킬 필요는 없다고 봐 빼빼로를 예년보다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빼빼로데이는 1년 중 가장 대목인 날로, 대부분의 점주들이 올해도 특수를 기대하며 준비 중"이라며 "대규모 유통업체들만 빼빼로데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꼴"이라고 했다.

빼빼로데이는 편의점 업계에서 ‘최고 대목’으로 꼽힌다. 남·여 한쪽에서 각각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하는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와는 달리 ‘서로 주고받는 날’로 자리 잡은 빼빼로데이에는 매출이 배가된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작년 11월 1~11일 기준 빼빼로 제품의 매출은 전 주 같은 기간보다 약 6.9배 늘었다. 또 다른 업체는 작년 11월 9~11일 기준 빼빼로가 포함된 쿠키류 매출이 2주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4.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