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내년도 실손보험 요율 책정에 대한 논의 결과가 늦어도 이달 22일엔 나온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반사이익을 반영해 내년에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줄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오히려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보험업계의 이런 주장을 수용하면 내년 실손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논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8일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꾸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 따르면 오는 11일 국장급 만남을 시작으로 22일까지 내년도 실손보험료 책정에 대한 논의를 마칠 예정이다. 이는 원래 계획보다 한 달 가량 미뤄진 것이다.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했다고 주장해 관련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느라 일정이 연기됐다"고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주장한 풍선효과를 복지부에서 일부 수용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 연기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 셈이다.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풍선효과란 비급여 진료항목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면서, 병·의원들이 수익을 확충하기 위해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진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케어 시행 이전까지 비급여 항목이었던 복부초음파가(15만원)가 급여항목(1만5000원)으로 바뀌자, 비급여항목인 비뇨기계 초음파 진료(13만원)가 갑자기 늘어나고, 비뇨기계 초음파를 급여항목으로 바꾸자 치료 재료 명목의 비급여(10만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아무리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해도 실손보험 지급액은 줄지 않는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사보험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실손보험료 인하율이 지난해 6.15%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공사보험 협의체가 3%대 수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당초 예상한 보험료 인상율에서 공사보험 협의체가 제시한 인하율을 뺀 나머지만큼만 인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필요율이 5~7%였다면, 공사보험 협의체가 제시한 3%를 제외한 2~4%만을 올리는 것이다. 올해 신(新)실손보험의 보험료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가 제시한 인하율 6.15%로 반영해 8% 가량 인하됐고, 2009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은 6~12% 가량 인상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인하율이 3%대로 나오면 내년도 실손보험 요금의 인상률이 두자릿 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와 금융위는 12월부터는 보험개발원이 참조순요율 통계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협의체 관계자는 "내년 1월 실손보험료 산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정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보험사들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실손보험료 급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손해율은 129.1%까지 올랐다면서 문재인 케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손해율이 129%라는 뜻은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29원을 내줬다는 뜻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수익성이 극도로 나빠졌던 2016년(131.3%)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보험사들이 문재인 케어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손해율 급등은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고 문재인 케어 시행과 연관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자료까지 내면서 보험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