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를 사려면 지금이 적기(適期)다.' '일본차는 일본이나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싸다.'

요즘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한동안 잘나가던 일본차 업체들은 징용배상 판결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지난 7월 이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불과 석 달 만에 4분의 1수준 (20.4%→5.5%)까지 곤두박질쳤을 정도입니다. 이에 지난달부터 일본차 업체들이 일제히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반전에 나선 것입니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정가 5490만원인 대형 SUV '파일럿'을 500대 한정으로 1500만원 할인한 3990만원에 판매, 국내에 있던 재고를 전부 팔았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국산 대형 SUV인 기아차 모하비(4700만~5253만원)보다 저렴하고, 현대차 팰리세이드(3475만~4408만원)나 쌍용차 G4 렉스턴(3439만~4607만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인피니티도 정가 5760만원인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Q50s'에 1500만원 할인을 적용하는 등, 대부분 판매 모델에 1000만원 안팎의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지난달 인피니티의 판매량은 168대로, 불매운동이 없었던 지난해 10월 판매량(150대)을 넘겼습니다. '무(無)할인 정책'을 고수하던 도요타마저 지난달 고객들에게 수백만원어치 주유권을 제공했습니다.

업계에선 이른바 '샤이 재팬'을 겨냥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일본차 등록 대수는 1977대로 전월(1103대) 대비 8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실적이지만, 적어도 7월 이후 가장 좋은 실적입니다. 1000만원 넘는 대대적 할인은 재고 물량에 한정된 '일시적 방편'이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끈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두 달 전엔 '지금 시국에 일본차를 사느냐'는 비판이 거셌다면, 최근엔 '어찌 됐든 싸게 사면 된다'란 얘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