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 발표로 4년 7개월 만에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영등포구에서 27개 동을 지정해 발표했는데, 대상지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7일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가 밝힌 기준은 ▲지난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 분양 물량이 많고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집값, 분양가가 많이 오르고 정비 사업지가 많은 경기 과천, 광명, 서울 흑석동 등은 대상지에서 빠지고, 같은 개발구역 내에서도 지정이 엇갈리는 등 세부적 선정 기준이 저마다 달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논란이 가열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선호 1차관이 나서서 "이번 1차 지정이 끝이 아니고 시장 과열 움직임이 나타나면 언제든 다시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분양가 상한제 자체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전망이 이어졌다.

집값·분양가 많이 올랐는데도 제외된 흑석·광명·과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유력 후보였지만 포함되지 않은 서울 흑석동은 최근 신축 아파트 값이 분양가의 2배 이상으로 오르면서 집값이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 매물은 3년여 전 분양가(6억원대)의 2배 이상으로 치솟은 14억원대에 나와 있다. 같은 시기 입주한 인근 롯데캐슬에듀포레도 분양가 대비 아파트값이 배가 됐다. 이 일대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구역지 매물에는 5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있는 상태다. 현재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흑석3구역은 이주·철거를 마친 후 분양을 앞두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투자했던 흑석9구역은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지만 이번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선 빠져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과천, 광명시도 지난 2년간 아파트 값이 서울(16.4%) 못지않게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광명 아파트 값은 16.9% 상승해 잠원·반포·방배·서초동 등 4개 동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로 지정된 서초구(14.4%)보다도 많이 올랐다. 과천도 10.6% 오르면서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 광명에 이어 셋째로 집값이 많이 상승했다. 분양가 상승률을 보면 과천에서는 지난 7월 말 과천주공1단지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에 육박했다. 이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했다. 광명시는 2018년 7월 아파트 분양가가 광명시에서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기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과천, 광명 등을 빼준 건 정부가 이 지역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의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과천에 집이 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는 냉소적 글도 올라왔다.

이 지역들이 분양가 상한제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부는 7일 설명 자료를 내고 "두 지역은 정비사업이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 설립 전 등 초기 단계로 분양이 가시화되지 않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이 기준대로라면 마찬가지로 대부분 사업이 초기 단계인 압구정동, 방이동 등도 대상지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이 개발하는데 지정 여부 엇갈려

같은 개발구역에 속하면서도 상한제 지정 여부가 엇갈린 곳도 있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성수동 1가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됐다. 현재 이 지역은 성수동 1~2가에 걸쳐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서울숲 쪽에 가까운 성수동 1가 성수 1지구는 상한제 대상이 됐지만, 바로 옆 2·3·4지구는 성수동 2가에 속해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성수 1지구와 성수 2·3·4지구는 모두 한강을 바라보는 입지로 바로 옆에 맞닿아 있어 사실상 한몸이나 마찬가지인데 기준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한남·보광동에 속해 있는 한남 2·3·4구역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지만, 동빙고동과 주성동에 걸친 한남 5구역은 빠졌다.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한남 3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사업 속도는 비슷하다.

일반 분양 적거나 없어도 상한제 지정

'일반 분양이 많은 곳'이란 기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 마포구 아현동은 유일한 재개발 사업지인 아현 2구역의 일반 분양 물량은 약 50가구다. 반면, 같은 마포구에서도 일반 분양이 약 500가구인 공덕 1구역이 포함된 공덕동은 규제를 피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인 강남구 삼성동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홍실아파트는 1대1 재건축으로 일반 분양 물량이 없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추가 지정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일시적으로 재건축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긴 하겠지만, 유동성이 풍부하고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큰 터라 몇 개 지역을 추가한다고 해서 집값을 잡는 데 큰 효력을 발휘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