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지난 4일 오전 7시. 경기도 김포 구래역에서 출발하는 2칸짜리 김포공항역 방향 ‘김포 골드라인(김포 경전철)’에 앉을 자리는 없었다. 운양역, 사우역, 고촌역 등 주요 역에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이 계속해서 올라탔다. 내리는 이는 드물었다. 종점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2열짜리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빼곡히 올라섰고, 계단을 뛰어 오르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지옥철’의 새로운 대명사로 자리잡은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탄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11월 4일 오전 지하철 5·9호선·공항철도역인 김포공항역의 ‘김포 골드라인(김포 경전철)’ 환승 구역을 지나는 승객들의 모습.

김포 시민들의 숙원사업이면서 교통 편의를 크게 개선하는 골드라인이 개통된데 이어 정부의 수도권 서부권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이 발표되며 일대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시작했지만, 크게 오를 우려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포 골드라인’은 지난 9월말 운행을 시작했다. 김포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역을 연결하는 이 노선과 9호선을 이용하면 서울의 3대 업무지구 중 한 곳인 여의도까지 1시간이면 닿는다. 운영사에 따르면 개통 후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5만8000명이 탑승했다. 하루 최고 이용 인원은 개통 전 예측치(평일 기준 일평균 8만8980명)의 약 84%인 7만5000명이었다. 그렇지만 출퇴근 시간에 승객이 몰리는 상황은 서울의 주요 지하철 노선인 2·9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골드라인 개통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던 집값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김포의 아파트 값은 2.14% 하락했다. 하지만 골드라인이 개통한 이후인 10월 둘째 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4주 연속 오르고 있다.

구래역 ‘호수마을 e편한세상’, 마산역 ‘자이더빌리지 메트로’, 운양역 ‘한강신도시 운양푸르지오’ 등 새로운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로 부상한 곳은 거래량도 늘고 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한 동에서 한 두건 거래되던 ‘김포한강신도시 동일스위트 1단지(2020년 입주 예정)’ 분양권은 10월 들어 한 동에서 10여건씩 거래됐다.

여기에 김포가 일산, 인천 검단 등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의 유력 후보지로 꼽히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풍무권역세권 개발사업과 김포뉴타운 등 굵직한 주택개발·도시정비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이 지역의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포 집값이 당분간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발표한 광역교통망 신설은 아직 먼 이야기인데다, 내년에만 새 아파트가 1만가구 넘게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4000가구짜리 대단지 아파트인 ‘걸포 한강메트로자이’를 포함해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3510가구, ‘캐슬앤파밀리에시티’ 4127가구 등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김포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졌던 지역인데 김포 경전철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주택 분양이나 거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면서 "GTX-D 노선까지 도입되면 김포 지역의 광역교통망이 크게 개선되겠지만, 실제로 착공하는 단계가 돼야 주택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김포 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배차 간격이 3분대인 데다 2량짜리에 불과해, 신규 입주에 따라 교통 수요가 늘어나면 이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신도시 등 김포 지역은 서울 출퇴근이 불편한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정부가 발표한 대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 개념으로 김포한강선까지 완공되면 서울 서부 지역의 주택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