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모시기' 나선 업체들…식품·여행·항공 가리지 않아
"펭수 언급 자체가 광고"…빙그레 "3달 전 펭수 놓쳐서 후회" 소회도
2030세대 겨냥 업체, '공개 구애글' 올리며 펭수 마케팅 동참

"펭-하! 펭수야 OO은 펭수를 사랑해~ 연락줘!"
"펭수, 함께 여행 떠날 생각 있어요? 있다고 하고 우선 전화줘요."

펭수를 향한 고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인뿐 아니라 식품업체부터 여행업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펭수에게 연서를 날린다. 펭수는 지난 4월 EBS 방송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처음 등장해 당돌하고 엉뚱한 말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다.

펭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7일 오후 기준 약 44만2000명. 펭수가 유튜브에서 특정 제품이나 노래를 언급하면 소셜미디어(SNS)에 ‘#펭수굿즈’ ‘#펭수노래’ 등 해시 태그(검색을 쉽게 하기 위해 단어 앞에 #을 붙이는 것)가 연이어 게시된다.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셈이다. 수많은 업체가 펭수를 영입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펭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광고를 패러디하거나 제품을 언급하고 있는 모습.

펭수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참치’를, 좋아하는 과자로는 ‘빠다코코낫’을 꼽은 덕에 동원F&B와 사조그룹, 롯데제과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펭수가 유튜브에서 동원참치 CF를 패러디하자 동원F&B는 지난달 펭수 측과 접촉하고 마케팅 방안을 논의했다. 동원F&B 관계자는 "의견을 교환하는 차원의 미팅을 했지만 여러 문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도 "광고를 하게 되면 동원에 제일 먼저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아직 연락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펭수 효과’가 매출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특정하긴 힘들지만, 브랜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빠다코코낫을 만드는 롯데제과도 펭수와 따로 접촉하고 있다.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롯데제과는 펭수에게 빠다코코낫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하지만 롯데제과 역시 펭수를 영입하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접촉 초기 단계로, 광고 집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펭수 측 입장도 있고, 연말이라 광고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운 회사 사정도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매출과의 연관성에 대해 롯데제과 측은 "펭수가 큰 인기를 끈 최근 두 달간의 영향이 나타나려면 석 달 이상 지켜봐야 정확한 실적을 파악할 수 있다"며 "빠다코코낫처럼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조그만 이슈에도 반응이 잘 나타난다. 매출이 크게는 안 뛰어도 3~4개월 뒤에는 유의미한 반응이 집계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빙그레도 ‘펭수 모시기’에 동참했다. 손흥민 선수의 팬인 펭수는 지난 7월 유튜브에 빙그레 아이스크림 ‘슈퍼콘’ 광고에서 손흥민 선수가 춘 춤을 따라 하는 ‘슈퍼콘 댄스 챌린지’에 참여한 영상을 올렸고 조회수는 약 12만회를 기록했다. 여기서 137등을 한 펭수를 두고 한 네티즌이 "펭수를 놓친 건 매출 올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자 빙그레 측은 "엄청 후회하고 있다"고 답하며 당시 펭수를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이후 빙그레는 펭수 측과 접촉에 나서 미팅을 앞두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그때 당시엔 펭수가 이렇게 뜰 줄 몰랐다. 마케팅 담당자가 정말 후회하고 있다"며 "펭수 측과 미팅을 갖는 단계로, 펭수 생각도 중요하니 서로 잘 맞아 기획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항공사와 여행사에서 펭수에게 보내는 공개 러브콜.

전통적인 식품 업체들이 펭수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동안,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항공 업체들은 공개적으로 펭수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연락 좀 달라’며 읍소하는 듯한 업체의 공개 구애글을 펭수 팬들이 퍼 나르며 그 자체로 간접 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펭수의 유튜브 영상에 "펭수가 좋아하는 노래를 티웨이 비행기에서 불러보는 건 어떨까? 비행기에서 따뜻한 녹차는 서비스로 줄게. 티웨이 펭수를 사랑해"라는 댓글을 올렸다. 펭수에게 맞춤 여행을 제안하는 여행사들도 있다. 참좋은여행사는 "우리가 펭수 데리고 가려고 아이를 위한 상품을 만들었다. 애들이랑 같이 요리하고 도자기 만들고 돌고래 보고 싶은 마음 있죠? 전화줘요"라고 썼다.

에어부산, 모두투어, 비발디파크 등도 댓글을 올리며 펭수에게 손을 뻗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자사 이미지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 어필했다"며 "다른 항공사나 여행사 모두 마찬가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고백을 받는 펭수. 하지만 펭수의 마음을 얻으려면 주인을 설득해야 한다. 펭수의 저작권은 EBS에 있다. 한 마케팅 담당자는 "EBS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펭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입장은 아니어서 광고 집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관계자는 "펭수와 제작진은 방송 콘텐츠로써의 촬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광고가 매우 많이 들어와 부득이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독립적인 광고 촬영보다는 제작진들과 협의 하에 방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