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를 당초 예정대로 이달 2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감안해 금융회사가 제도 개선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감독규정을 촘촘하게 만들 방침이다.

손 부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정보보호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는 전날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논의했지만 일단 보류가 됐다"며 "인정요건을 완화하는 건 이미 시행령 개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그걸 되돌릴 수는 없고 21일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월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상품 계좌를 1년 이상 유지하고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현행 요건을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로 바꿨다. 또 금융투자협회의 별도 등록 절차 없이 금융투자회사가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심사한 뒤에 인정하도록 했다. 당시 금융위는 제도 개선으로 고위험 투자에 대한 감내능력이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가 1950명에서 39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DLF 사태가 터졌다. 시중은행이 고위험 투자상품인 DLF를 불완전 판매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도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는데 오히려 규제를 푸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DLF 사태는 은행이 규제를 악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발표한 제도 개선 방안을 무위로 돌리기보다는 감독규정을 통해 금융회사가 제도 개선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전문투자자 심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사후책임을 묻는 내용이 감독규정에 추가될 전망이다. 손 부위원장은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 시행을 앞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불안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감독규정에서 여러가지를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 방안은 다음주 발표 예정인 DLF 재발방지 종합대책과는 따로 발표된다. 손 부위원장은 "DLF 재발방지 대책은 다음주에 발표하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는 21일 시행이기 때문에 그 전에 확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