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5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 공룡을 생전 모습대로 복원했다. 7000만년 전 아시아에 살았던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길이 2.4m의 팔뼈가 발굴되면서 그리스어로 '무서운 손'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

복원한 골격을 토대로 만든 데이노케이루스의 상상도와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 데이노케이루스는 몸길이 11m, 키 5m, 몸무게 6.4)이고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 평소 상체를 들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수백 개에 이르는 공룡 골격 화석을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3차원 입체 모델을 만들어 생전 골격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컴퓨터에서 화석 입체 모델을 이리저리 결합하면서 미처 발굴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고 두개골처럼 압력을 받아 찌그러진 부분을 펴 생전 형태로 복원했다. 앞서 지난 7월 일본 도쿄과학박물관에 데이노케이루스 전신 골격이 전시됐으나 발굴된 화석을 변형된 형태 그대로 복제해 생전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데이노케이루스는 팔 길이로 볼 때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두 배 이상 큰 육식 공룡으로 추정됐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14년 이융남 지질박물관장(현 서울대 교수)과 함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데이노케이루스가 타조공룡류의 초식 공룡이라고 발표해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 연구진은 당시 몽골에서 팔과 목, 몸통, 다리뼈가 온전히 남은 상태로 발굴된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근거로 들었다. 공룡의 갈비뼈와 등뼈 사이에서는 위에서 풀을 갈아 소화를 돕는 위석(胃石)이 1400개나 발견됐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주둥이 끝부분에 혈관 구멍이 많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하고, 뼈 앞에 각질 부리가 달려 이빨을 대신해 가윗날처럼 식물을 잘라 뜯어냈다고 추정했다. 등의 혹도 초기 연구에서 생각했던 모습보다 좀 더 완만하고 둥그스름한 형태로 복원돼, 생전 단봉낙타의 혹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복원된 골격을 보면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어 공룡이 평소 상체를 들어 올린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된다"며 "앞발톱은 길고 구부러져 식물 줄기를 잡아당겼고 뒷발톱은 뭉툭해 습지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