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 '조국 수호' 촛불 집회에 200만명이 집결했다는 일부 보도를 놓고 '가짜 뉴스' 논란이 일었다. 집회 장소인 반포대로의 폭을 고려하면 10만명도 모이기 어렵다는 과학적 반론이 나오면서 "언론사들이 검증도 없이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서초동 200만 촛불' 기사는 이미 네이버다음, 구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두 노출된 뒤였다.

가짜 뉴스는 유형은 다양하지만,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성마저 파괴한다는 점에선 지구촌 공통의 골칫거리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 뉴스 판별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네이버랩스 유럽'의 미셸 가스탈도(Gastaldo) 총괄 디렉터는 "가짜 뉴스 같은 신뢰성이 낮은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AI를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로, 지난 2017년 미국 제록스의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 인공지능 연구소를 인수해 탄생했다. 이곳에서 전 세계 29개국 출신 80여 명의 인재가 네이버의 차세대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가짜 뉴스 잡아내는 AI 기술 개발 중

네이버 연례 개발자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사실관계가 틀린 글, 남의 글을 베낀 기사, 짜깁기하거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글 등에는 은연중에 드러나는 특징(traits)이 있다"면서 "사람은 알아채기 어렵지만 수만 건의 가짜 뉴스를 학습시킨 AI는 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더 구체적인 원리는 밝히지 않았다.

미셸 가스탈도 네이버랩스 유럽 총괄 디렉터는 본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에 수만 건의 가짜 뉴스를 학습시켜 사실관계가 틀리는 글, 짜깁기한 글 등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AI 기술이 댓글을 이용한 여론 조작 행위를 잡아내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 AI가 수백~수천만 개의 댓글을 분석, 매크로나 댓글 부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것들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가스탈도 총괄은 "(매크로와 댓글 부대를 이용한) 거짓 리뷰 양산과 여론 왜곡은 프랑스와 유럽에서도 사회 문제"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가 AI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 유럽의 이러한 콘텐츠 관련 AI 기술은 네이버의 차세대 검색과 뉴스 서비스에 활용될 전망이다. 가스탈도 총괄은 "우리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추구한다"면서 "지금까지의 뉴스 배열이나 추천 서비스는 왜 이 기사가 상위에 올라오고 내게 추천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그 이유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크로 댓글도 잡아낼 수 있어

네이버랩스 유럽이 현재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로봇용 AI다. 특히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인간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위한 AI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작업 로봇, 실내 자율주행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가스탈도 총괄은 "로봇으로 가득 찬 무인 공장은 결코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다"라며 "일의 속성에 따라 AI와 로봇의 능률에 차이가 있으므로 인간과 로봇은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사람의 행동을 의식하고, 그 상황적 맥락(context)을 파악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AI가 우리가 추구하는 AI 기술의 미래"라고 했다.

가스탈도 총괄은 그르노블 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리옹의 고등사범학교(ENS)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의 AI 협력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했다. 한국은 로봇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뛰어나고 프랑스는 AI 쪽이 우수해 시너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의 수나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과 프랑스가 미국과 중국 등 AI 분야의 리더와 경쟁하려면 서로 간의 연대와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