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VR(가상현실)디바이스(기기)시장에서 4번째 출시한 제품의 판매량이 전작의 2.7배 수준에 달하면서 삼성전자, HTC, 오큘러스 등과의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KT는 VR을 회사의 새로운 상징인 된 AI(인공지능) 못지 않게 챙기고 있다. VR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AI 못지 않은 시장 잠재력을 가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5일 KT에 따르면 올해 7월 출시한 ‘슈퍼 VR’의 누적 판매량이 전작 VR 디바이스인 ‘기가라이브TV 2.0’ 대비 2.7배 수준에 달했다. 약 5000대의 기가라이브TV 출고 물량이 모두 팔린 가운데, 현재까지 슈퍼VR은 3차 출고 물량까지 약 1만3000대 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KT 관계자는 "기가라이브TV가 영화나 게임 위주 서비스였다면 슈퍼VR에는 헬스, 부동산 등 엔터를 넘어 생활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 모델들이 4K 초고화질로 현실감을 높인 ‘KT 슈퍼VR’을 소개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도 슈퍼 VR의 선전이 눈에 띈다. 11번가에 따르면 1~2만원 대의 초저가 제품을 제외한 주요 VR 기기 누적 판매순위에서 슈퍼VR은 삼성 기어VR(10만원대), HTC 바이브(90만원대), 삼성 오디세이(60만원 대)에 이어 4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슈퍼VR에 이어 30만원대 가격인 ‘오큘러스 고’ VR이 5위다.

11번가 관계자는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현재 순위권에 올라와 있는 VR 디바이스들은 삼성의 기어 VR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최근 출시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슈퍼 VR은 KT가 피코(PICO)의 G2 단말을 사용, 4K 화질을 재생할 수 있는 무선독립형 디바이스다. 기존 VR 디바이스와 달리 별도의 스마트폰을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 슈퍼 VR이 7월 출시된 것을 감안할 때 판매량에서 글로벌 주요 VR 디바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G마켓에서도 슈퍼 VR 출시 직후인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VR 디바이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큰 폭의 증가율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슈퍼 VR을 포함한 VR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슈퍼 VR이 모든 오픈마켓에서 잘 팔린 것은 아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파크에서 슈퍼 VR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었다"며 "이는 슈퍼VR이 통신 무선결합 상품으로 많이 판매가 되니 기기만 따로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삼성 기어 VR.

실제 KT에 따르면 대다수 슈퍼VR은 KT샵이나 대리점 등을 통해 판매되고, 전체 물량의 10%정도가 오픈마켓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VR 디바이스를 향한 KT의 도전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KT는 지난 4일 VR 환경에서 IPTV를 즐길 수 있는 슈퍼 VR의 후속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슈퍼 VR tv’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슈퍼 VR tv는 기존 슈퍼 VR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외에 180인치 와이드맥스 스크린에서 21만여편의 주문형비디오(VOD), 올레 tv의 270여개 실시간 채널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KT가 VR 콘텐츠를 넘어 디바이스에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도 5G(5세대) 기반 VR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KT처럼 디바이스를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

KT 관계자는 "VR 서비스 초기에는 디바이스 없이 타사처럼 앱 형태로 제공했지만, KT VR 콘텐츠의 최적화와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일체형 디바이스를 직접 제공하게 된 것"이라며 "일체형 디바이스가 VR 접근 허들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전 세계 VR 시장이 2018년 36억달러(약 4조원)에서 오는 2022년 163억달러(약 1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VR 디바이스 시장은 같은 기간 5억달러(약 6000억원)에서 82억달러(약 9조5000억원)로 약16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