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1%에서 1.9%로 낮춰
내년 은행 ROE 7% 초반대 하락…수익성 악화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지난 8월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2.1%로 봤는데, 5개월 만에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소폭 반등한 2.2%로 전망했다. 반도체시장이 개선되고 세계 경제성장률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설투자 역성장이 한국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금융연구원은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0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를 개최하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1.9%를 기록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반등에 실패해 1.9%를 유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본 것이다.

투자와 소비 모두 부진한 탓이 컸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7.9%에 달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2.4%보다 하락폭이 대폭 커졌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4.5%로 예상해 작년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경제전망 발표를 맡은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건설기성이 주거용 건물건설 위주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건설수주와 착공 등 건설 투자 관련 선행지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내수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민간소비도 여의치 않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8%로 작년(2.8%)보다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나 가계부채 같은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경기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2%로 올해보다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반도체 시장 상황이 일부 개선되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여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신호가 당장 더 위협적인 상황이다. 몇 년 째 부진을 이어가는 건설투자의 경우 내년에도 -3.9%로 역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가계소비심리의 악화도 한국 경제에는 좋지 않은 요인이다.

박 실장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내외 여건의 구조적 변화도 중장기적인 성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인 총수요 진작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둔화와 고령화, 양극화, 가계부채, 미·중 무역분쟁 등이 한국 경제를 괴롭히는 구조적 불확실성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산업 전망도 어둡다. 은행산업의 경우 내년 대출자산성장률이 5%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경쟁 심화와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상승, 수수료 관련 영업 위축, 대손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내년 국내은행 자기자본이익율(ROE)이 7%대 초반으로 하락하고 순이자마진도 시장금리 하락으로 올해보다 하락할 전망"이라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수익성이 모두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과 카드업, 리스·할부 금융업 등 비은행 금융업도 모두 수익성과 성장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연구원은 내년에 경기둔화로 연체자 및 채무불이행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서민금융의 지원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