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 신작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작기 공개
미래 전투 장면부터 '디에이징(De-aging)'까지 생생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이하 터미네이터)에는 총 2600개의 특수효과(VFX) 장면(shot)이 사용됐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어도비 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팀 밀러(Tim Miller) 감독은 어도비 맥스(Adobe MAX 2019) 행사 개막을 하루 앞둔 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영화 패널 토론에서 "아티스트의 연기 등 다른 부분도 훌륭했지만, 가상의 일을 사실처럼 보이게 하려면 작업 도구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팀 밀러 감독이 3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패널 토론에 참석해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터미네이터를 제작할 때 다양한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그 결과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30일 개봉한 터미네이터는 어도비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로 편집한 영화 중 제작비 규모가 가장 크다. 프리미어 외에 후반 작업에 사용하는 애프터 이펙트 등이 사용됐다.

영화 ‘데드풀’ 감독으로도 유명한 밀러 감독은 무명 애니메이션 제작자, 시각효과 연출자로 일했을 때부터 어도비 솔루션을 사용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최초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CC를 사용해 영화 전체를 편집한 ‘나를 찾아줘’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밀러 감독은 어도비 ‘서브스턴스’를 사용한 드래곤 플라이(dragonfly) 시퀀스를 자신이 어도비 솔루션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로봇과 전투를 벌이는 2040년 즈음의 미래를 그린 장면인데,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텍스처(질감·소재)가 집중(heavy textured)돼 효과적인 작업 툴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프랑스 업체 알레고리드믹(Allegorithmic)이 개발한 서브스턴스는 게임 및 영상 후반 작업에 필요한 3D(3차원) 텍스처 제작 분야 업계 표준으로 불린다. 어도비가 올해 1월 알레고리드믹을 인수, 프리미어와 애프터이펙트 등 다른 프로그램과 매끄럽게 연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팀 밀러 감독과 편집팀이 3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패널 토론에 참석해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SF 영화의 경우 일반 영화보다 많은 특수효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편집팀이 애프터 이펙트로 사후 시각화(Post Visualization)를 임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장면의 완성도를 높여 전문 VFX 업체에 전달, 작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이날 패널 토론에 함께 한 특수효과 편집자 존 카(Jon w. Carr)는 "특수효과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젊은 시절을 표현한 ‘디에이징(De-aging)’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challenging)"고 했다.

프리미어 프로는 공동 작업에도 유리하다. 보조 편집자가 클립을 분류해 적합한 저장소에 보관하는 작업을 간소화·자동화해 더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터미네이터는 네 명의 보조 편집자, 세 명의 시각 편집자가 동시에 프로젝트 파일에 접속해 작업을 했다. 2600개의 특수효과 장면을 15명의 편집자가 프리미어 프로그램 내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제1 편집자로 편집 작업을 진행한 줄리언 클라크(Julian Clarke)는 "뮤직비디오나 독립 영화는 혼자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터미네이터 정도 규모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영화에선 다양한 속도, 색상, 분할화면을 비롯해 새롭게 등장한 악역 터미네이터 모델 ‘Rev-9’이 펼치는 화려한 특수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Rev-9은 1991년 개봉한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에 등장한 액체금속 로봇 ‘T1000’과 비슷하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자기 분열이 가능한 나노입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다양한 특수효과를 선사한다. 터미네이터2에 등장한 액체금속 로봇 T1000의 질감 역시 포토샵으로 표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