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체형, 평범한 아빠 모델 등장
개성·신뢰 중시하는 밀레니얼의 요구 따른 변화

스타일쉐어 자체 브랜드(PB)의 모델로 나선 소비자들.

일반인 모델이 패션 광고판을 점령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이 아닌, 평범한 체형에 나이도 지긋한 일반인 모델이 늘고 있다. 획일화된 아름다움보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낯설고도 익숙한 변화다.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일반인 모델 100명과 함께 100가지 겨울 외투 스타일을 선보였다. 올해 5월 진행한 소비자 모델 선발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8인을 포함한 100명이 모델로 나섰다. 이 대회에는 4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화제를 모았다.

조항석 삼성물산 패션부문 마케팅팀장은 "소비자가 직접 주인공이 돼 매력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는 차별화 마케팅을 통해 젊은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30주년을 맞아 새 단장한 캐주얼 브랜드 빈폴도 유명인이 아닌 국내 모델 8명을 기용했다. 리뉴얼을 총괄한 정구호 삼성물산 패션부문 고문은 "앞으로 연예인이나 해외 모델 대신 한국의 특색이 드러나는 모델과 함께 브랜드를 알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잇세컨즈는 일반인 모델 100명과 함께 100가지 겨울 화보를 공개했다.

패션 쇼핑 앱(APP) 스타일쉐어는 지난 9월 자체 브랜드(PB) 어스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 7명을 모델로 세웠다. 어스는 앱 사용자들과 만든 기본형 패션 브랜드로, 다양한 외모와 체형, 스타일의 아름다움을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아버지의 외모를 바꿔주는 '아빠의 그레이' 캠페인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평범한 아버지의 외모를 멋지게 꾸며주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는데, 인터넷상에서 "힙하다(멋지다)", "우리 아빠도 바꿔주고 싶다"라며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었다.

패션계에 일반인 모델의 기용이 느는 이유는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스타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에 호감을 느낀다.

시장조사기관 DMC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인플루언서(SNS에서 영향력 있는 일반인)의 계정을 구독한다. 이들이 만드는 콘텐츠 중에서도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가 인기가 높다.

국내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는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패션쇼에 통통한 체형의 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미(美)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것도 일반인 모델의 부상을 부추겼다. 키가 크고 날씬한 비현실적인 모델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공감 여론이 퍼지면서 다양한 체형과 인종, 나이대를 반영한 마케팅이 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매장에 통통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였고, 지난달 캐나다에서 패션쇼를 연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는 통통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등장시켰다. 그런가 하면 삼성물산은 장애인 전문 근무복 브랜드 하티스트를 출시했다.

인플루언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몸값도 높아지는 중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경우 한 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수천만 원이 든다. 이에 기업들이 직접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양성하기도 한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유튜브를 통해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개최했는데, 1020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누적 조회 수 2500만 회를 기록했다. 1등으로 뽑힌 고등학생에게는 연봉 1억원과 벤츠, 개인 패션 브랜드 출시 기회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