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A사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의 탄생! 넷플릭스 넘어선 초반 성적으로 순항 중"이란 제목의 이메일입니다.

웨이브는 SK텔레콤(017670)이 만든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가 운영해온 ‘푹(pooq)’을 통합한 서비스입니다. 지난 9월 18일 출범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지 40일가량 됐습니다.

웨이브 홈페이지 첫 화면.

웨이브가 넷플릭스를 넘었다는 근거는 간단합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으로 웨이브(구 pooq)의 9월 월평균 이용자(MAU·한 달간 앱을 한 번이라도 실행한 이용자 수)가 264만명으로 넷플릭스(217만명)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웨이브의 8월 MAU는 162만명으로 한 달여 만에 100만명이 늘었습니다. 자료에 명시된 10월 13일 기준 일평균 이용자(DAU·하루에 앱을 한 번이라도 실행한 이용자 수) 역시 웨이브가 80만명으로 넷플릭스(55만명)보다 많았습니다.

MAU, DAU 기준으로 웨이브가 넷플릭스에 앞선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한데 의문이 생겼습니다. 웨이브는 옥수수와 푹이 통합해 출범한 서비스인데, 왜 푹만 있고 옥수수의 데이터는 빠졌을까 하는 것이었죠. 두 서비스의 기존 MAU를 같이 놓고 봐야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A사에 요청해 옥수수의 데이터를 확인했더니 재밌는 점이 발견됐습니다. 옥수수의 8월 MAU가 365만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옥수수와 푹을 통합해 9월 18일 출범한 웨이브가 넷플릭스를 제쳤다는 점이 화제였는데, 옥수수만 놓고 보면 이미 8월에 넷플릭스보다 MAU가 많았던 것입니다. 7월 MAU(359만명)도 같은 기간 넷플릭스 MAU(210만명)보다 많습니다. 통합 전부터 옥수수는 계속 MAU로 넷플릭스에 앞서 있었던 것이죠. 어찌보면 웨이브가 MAU로 넷플릭스를 제쳤다는 건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또 있습니다. 옥수수와 푹의 최근 DAU 추이를 확인해보면 통합 전인 9월 1일 기준으로 옥수수 84만명, 푹 50만명이었는데, 통합 후 한 달가량 지난 10월 13일엔 DAU가 옥수수 17만명, 웨이브(구 pooq) 80만명으로 바뀝니다. 통합으로 인해 서비스가 종료되는 옥수수(12월 종료 예정)의 DAU는 84만명에서 17만명으로 급격히 줄었는데, 웨이브 DAU는 옥수수 DAU 감소분(67만명)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만명만 늘어났습니다. 사실 "옥수수와 푹이 만나 탄생한 웨이브가 한 달 만에 넷플릭스를 제쳤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숫자였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내부.

"통신사가 운영하는 OTT엔 허수가 많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민 다수가 가입돼 있는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요금제, 인터넷TV 결합상품, 부가서비스 형태로 OTT를 판매하기 때문에 앱 이용자 숫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광고·마케팅 없이 유입된 ‘진성(眞成, organic) 이용자’와 달리 충성도가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웨이브는 결합상품, 부가서비스 외에도 신규 론칭 기념으로 최대 1년 무료 프로모션을 펼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넷플릭스의 MAU, DAU는 웨이브 출범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210만명, 50만명)을 유지했습니다.

OTT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MAU, DAU를 넘어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수는 한 가지 면만 보여주는 스냅샷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앱 사용 시간, 앱 관련 결제 등 콘텐츠 이용 패턴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