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 가격을 맞추려고 인건비 대신 재료비를 낮추다 보니, 2·3차 협력업체가 가져갈 몫이 줄어든다. 결국 현대차 노동자는 잘 살고 협력업체 노동자는 힘들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30일 자동차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나온 지적이다. 이날 토론에서 김득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글로벌 업계 평균(8~9%)을 3~4%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임금은 매년 높아져왔다. 작년 기준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 임금은 8915만원으로, 도요타(8484만원)나 폴크스바겐(8892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김준규 이사는 "인건비 부담 탓에 국내 업체들이 신차 개발 등 연구개발(R&D)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에 육박해 도요타(5.8%)의 2배 정도 되는 반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9%로 도요타(3.5%)에 비해 낮다.

이날 포럼에선 그 외에도 노사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김 이사는 "한국은 2000년 이후 완성차 5개사가 번갈아 파업하며 단 한 해도 파업 없이 지나간 해가 없다"면서 "현재 1년인 우리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주기를 미국(4년)이나 스페인(3년)처럼 늘리면 지금처럼 매년 노사 분규가 벌어질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파업 찬성률 조건이 너무 낮아(조합원 50% 이상 찬성) 파업이 잦은 편"이라고도 했다.

노동계에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금속노조 하영철 정책국장은 "2016년 기준 현대차 노동시간은 1830시간으로 일본 도요타(1713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1463시간)보다 많았다"면서 "일한 시간이 더 많은데 총액이 높다는 이유로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또 파업 찬성률 조건이 쉽다는 데 대해선 "금속노조는 파업 찬성률 80% 이상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환 경총 본부장은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누군가가 많이 가져가면 누군가는 덜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서 "금속노조 사업장은 국민소득에 비춰보면 비교적 임금이 높은데, 양극화 해소에 대해 나눔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업계 노사는 서로 '남 탓' 하는 데 급급하다"면서 "노사가 운명 공동체라는 위기감으로 미래를 함께 대비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