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못갔던 동남아 중장거리 새 노선 개척"

한태근 에어부산(298690)사장이 "아시아나와 별도 회사가 되어도 충분히 독자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분리매각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날 한 사장은 에어부산이 11월 12일부터 신규 취항하는 인천공항발 노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현지 수요가 많은 도시와 기존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력 기체 항속거리 문제 등으로 취항하지 않던 싱가포르·델리·발리 등 동남아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

한 사장은 30일 서울 태평로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어부산 인천 취항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 사장은 ‘아시아나에 의존하지 않은 독자 경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항공기 정비가 이슈인데, 그 동안 개별 정비를 준비해왔고 국토교통부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분리되어도 에어부산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11월 7일 본입찰이 시작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분리매각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고, 분리매각 된다 해도 운영에 문제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한 사장은 "1년새 정비사를 200명 가량 뽑았고, 새 주력기종인 에어버스 A321neo LR(장거리 ·Long Range)의 경우 자체정비 능력 향상을 위해 1000만달러 어치 정도의 신규 파트(부품 및 정비 기자재)를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지분 44.17%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서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한 묶음으로 매각하는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분리매각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불황 속에서 매각 대금이 2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통매각’을 고집할 경우 주인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덩어리가 크면 매수자가 적을 수 있지 않느냐"는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분리매각을 검토하기는) 늦었다"고 말하면서 다음달 매각은 일괄 매각 방식으로 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달 매각이 무산될 경우 에어부산 등을 쪼개 분리 매각할 수 있다.

다만 한 사장은 "매각 당사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매각이 진행되는 지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상세히 알지 못하고 다만 스케줄 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안다"고도 했다.

에어부산은 11월 12일 인천공항 취항 이후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중국 닝보, 선전, 청두와 대만 가오슝, 필리핀 세부, 일본 도쿄 등 6개 도시와 인천공항을 잇는 노선을 개설한다. 2020년에는 싱가포르와 일본 후쿠오카,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태국 푸켓 등으로 노선을 확대한다. 한 사장은 "항속거리가 긴 에어버스 A321neo LR을 투입해 FSC가 취항하지 않고 있거나 또는 FSC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도시를 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A321neo LR은 항속거리가 7400㎞(킬로미터)로 LCC가 주로 사용하는 A320, 보잉 B737보다 많게는 1600㎞ 정도 항속거리가 길다. A320, B737의 항속거리는 5800~6200㎞ 정도다. 이 때문에 기존에 LCC가 운항하지 않았던 도시에 취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사장은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개척하지 않았던 노선을 만들고, 요금 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면 정말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부산이 운영하고 있는 대만과 몽골 노선을 그 예로 들었다. "2014년 대만 가오슝 노선은 에어부산이 처음으로 개척하다시피 한 노선이었는데, 경쟁사들이 대거 진입하기 전까지 수익성이 뛰어났다"는 게 한 사장의 설명이다. 또 "몽골 노선은 인천발 노선이 비싸서 한국에 있는 몽골인들이 10년이 다 되도록 몽골에 가보지 못할 정도였는데, 에어부산이 처음으로 김해발 노선을 취항하면서 겨울 비수기 기준 10만원대로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영남 지역에 8만명 있는 몽골인들이 많이 이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업황에 대해서 "일본 여행객 격감은 이제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라며 "영남권 경제 여건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어서 국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행객 급감으로 재무 상황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