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동네 의원인 '밝음의원'이 원격의료 시범 사업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 딱 1곳이었던 원격의료 1차 진료기관이 발을 빼면서 첫 원격의료 실험은 무산되게 됐다. 밝음의원 관계자는 29일 "만성질환 데이터를 뽑아서 공유하자는 얘기를 해서 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후 언론 보도를 보니 우리가 원격의료를 하는 것처럼 나와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과 정부의 미온한 규제 개혁 태도가 두루 작용한 결과다.

섬이나 산간 지역의 당뇨, 고혈압 환자를 의사가 화상통화 등으로 진단·처방하는 원격의료는 한국에선 불법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선 전면 허용돼 있다. 병원이 멀리 있는 지역의 만성질환자들도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며 2010년과 2016년 의료법 개정 시도를 했지만 연거푸 무산됐다. '대형 병원 쏠림이 심해진다' '의료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며 의사들이 반발해서다.

현 정부 들어 지난 7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간호사 입회 아래 간단한 진단·처방을 내리는 정도의 초보적인 원격의료를 강원도에서 허용했다. 참여 병원도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밝음의원이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3개월 만에 무산될 위기다.

법으로 허용된 지 17년이 된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2002년 12월 김대중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대상 영리 병원 설립을 허가했다. 2004년엔 내국인 진료도 허용됐다. 하지만 지자체와 의료계 반발로 1호 영리 병원은 나오지 못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시에 녹지국제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2015년 정부의 1차 승인을 받았지만, 결국 무산될 판이다.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달라는 녹지그룹 요청을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녹지그룹은 지난 6월 직원 50여 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