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님." "택진님."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NC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회사에선 공식적으로 이렇게 불린다. 꼭 오너나 최고경영자까진 아니더라도, '부장님'이나 '과장님' 등의 호칭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모든 임직원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SK그룹도 계열사마다 '님' '매니저' 'PL(프로젝트리더)' 등으로 호칭을 단순화했다. IT 업계는 더 적극적으로 호칭 파괴에 나섰는데, 이를테면 카카오에선 '님'도 떼고 아예 영어 이름으로만 부른다.

호칭 파괴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직원들의 창의적 활동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자리만 잘 잡히면 임직원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져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임직원 간 서로 존중하는 기업 문화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2012년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했던 한화그룹은 3년 만인 2015년 '부장' '차장' 등 전통 호칭 체계로 돌아왔다. 책임자가 명확지 않아 업무 효율이 도리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다른 회사와 일할 때 괜한 업무 혼선만 빚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호칭 파괴만으론 연공서열 기반의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없다"면서 "조직의 의사 결정 시스템 같은 기업 문화 자체를 바꾸거나 업무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