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원에 달하는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1단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임원 25%를 감축했고,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직을 중심으로 한 희망퇴직 절차도 10월말이면 종료된다. ‘칼바람’이 부는 와중 유일하게 확장된 조직이 있다. 바로 연구개발(R&D) 부서다. 인력 감축 속에서도 회사의 사활을 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

올 CES에서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더 로즈'. 65인치 UHD OLED 디스플레이 4장을 장미꽃 형태로 구현했다.

28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진행한 희망퇴직 접수가 현재 마무리 단계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 생산인력을 중심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은 끝났고, 신청자들은 오는 10월말 퇴사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한파는 생산직만을 향하지 않았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유사 조직을 통합하며 임원과 임원급 ‘담당’ 직위 인력 25%를 감원했다. 사무직 희망퇴직 가능성도 거론된다.

◇ 임원 25% 짐 쌌지만 연구조직은 확장… 적자에도 R&D 투자 늘려

LG디스플레이는 정확한 감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2000~3000명 가량이 퇴사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LG디스플레이 총 인력은 2만9000여명이었다. 총인원 10%가량이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로의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익성이 급감하고 있는 LCD 인력 축소는 피할 수 없다"며 "전환배치도 진행중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사적인 인력 감축 바람 속에서도 연구개발 조직은 도리어 확장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CTO 산하에 있던 기존 연구소를 ‘기반기술연구소’와 ‘디스플레이연구소’로 나눴다. 기반기술연구소는 기초 기술과 미래 선행기술 연구를 담당한다. 디스플레이연구소는 사업화 기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기반기술연구소장은 OLED Cell 연구개발 담당이던 최현철 전무가 맡았다. 기존 연구소장이던 윤수영 전무는 디스플레이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연구소장’ 자리가 하나 늘어난 것"이라며 "연구조직을 세분화하고, 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감원 속에서도 연구개발 인력 채용은 이어나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연구개발비는 늘리고 있다. 2016년 1조4232억원이던 LG디스플레이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2조6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2052억원을 투자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서 8.5%, 10.7%로 지속 상승했다.

◇ "OLED 전환만이 살 길"... 연구개발 포기 못 한다

LG디스플레이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937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존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치고 들어온 중국의 일격이 뼈아프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LCD 공세를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독점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80%가량은 LCD에서 거두고 있다. 중국발(發) 덤핑으로 LCD 수익성이 나빠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OLED 기술력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OLED 양산 체제를 갖추기에 앞서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사운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LCD 관련 조직은 축소했지만 대형 OLED와 중소형 P-OLED 분야는 전환배치를 통해 강화했다"며 "실적 악화에도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