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해 연료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연료전지(fuel cell)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다. 전기자동차에서 배터리팩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 역할을 하듯, 수소차 등에서 연료전지는 가장 중요한 부품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연료전지는 수소전기차와 함께 수소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포스코, 두산(000150), SK(034730)등은 그 전에 계열사 사업부로 '미래 사업' 취급을 받는 연료전지 부문을 떼어내 전업(專業) 기업을 설립하고 있다.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독립된 계열사를 세운 뒤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 포항 연료전지 사업장 전경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사업을 떼어내 연료전지 전문기업 ‘한국퓨얼셀’을 내달 1일 설립한다. 신설법인은 연료전지 제조,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 등의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회사 측은 미 퓨얼셀에너지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발전용 연료전지의 하나인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000150)도 연료전지 사업을 분할해 이달 두산퓨얼셀을 출범시켰다.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수주액을 1조원대로 예상한다. 두산 측은 "연료전지의 전문성을 강화해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SK(034730)는 SK건설을 통해 연료전지 관련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연료전지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SK건설은 지난달 연료전지 주기기 제작업체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생산과 공급을 위한 합작법인과 생산공장 설립에 대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오는 11월 설립 예정이며 지분율은 각각 SK건설 49%, 블룸에너지 51%다.

업계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에 힘입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본다. 장래성이 밝기 때문에 당장 채산성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연료전지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일반 발전소와 달리 연소 과정이 없어 물과 열 외에 별도의 부산물이 없다. 여기에 건전지와 원리가 같아 날씨 등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 발전보다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연료전지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2015년 17억7440만달러(약 2조1621억원)에서 올해 103억3200만달러(약 12조5895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연료전지 발전소가 확산되고 본격적인 성과가 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직까지는 연료전지 안정성과 효율성 개선 등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는 비용 대비 발전용 연료전지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연료전지 사업이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연료전지의 핵심(몸체)인 스택에서 결함이 발생한 뒤 발전사와의 계약이 끊기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도 "당장 눈에 띄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지 않고, 전문회사 설립을 통한 단계적인 사업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을 제외한 많은 국내외 연료전지 기업이 고온형 연료전지를 사용하는데, 발전효율이 높은 대신 고열로 인한 내구성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며 "그 결과 설치비용 외 추가 관리비용이 증가하는데, 국내외 연료전지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