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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 환자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앞서 유튜브에서 한 남성이 펜벤다졸 성분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 후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영상이 퍼졌다. 이에 일부 암 환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고, 동물용 구충제가 품절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식약처는 최근 유튜브 및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후보물질은 암세포 실험, 동물실험을 거쳐 세 번의 임상시험을 거친다. 임상 1상에서는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하고, 2상에서는 암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한다. 3상에서는 기존 항암제와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해 최종 시판 허가를 받는다. 펜벤다졸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충 효과를 위해서는 펜벤다졸을 소량만 복용해도 되지만, 항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펜벤다졸 고용량을 장기간 투여해야 한다. 이 경우 혈액, 신경, 간 등 심각한 손상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항암제와 구충제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펜벤다졸은 암세포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빈크리스틴, 빈블라스틴, 비노렐빈 등 의약품 성분이 이런 원리로 항암 효과를 낸다.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등 유사하게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펜벤다졸이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이라고 하지만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다.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복용했을 때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 또 체내 흡수율이 20% 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한다. 이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도 증가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할 수 있다"며 "1~2명에서 효과가 나타난다고해서 약효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식약처는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