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에 우리나라 경제가 0.4%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올해 성장률 2% 달성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으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민간 투자와 소비 부진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24일 한국은행은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0.5~0.6% 정도는 성장할 걸로 내다봤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 경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는 불과 0.1%, 0.5% 늘어나는 데 그쳤고, 건설 투자는 5.2%나 감소했다. 정부 소비가 1.2% 늘었지만 2분기(2.2%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정부 지출과 수출 등을 뺀 순수한 민간 소비와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2018년 3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4분기 연속(2008년 4분기~2009년 3분기) 마이너스였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서민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2.4~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최근 2.0~2.1%로 낮췄으나 이마저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률 2%를 맞추려면 남은 4분기에 3분기보다 0.97% 이상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분기당 0.67%)과 현재 하강하는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실탄도 넉넉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친 전체 예산(475조원)의 78%를 소진했다. 남은 3개월간 재정 여력은 22%(105조원) 수준이다.

더욱이 갈수록 민간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부 부문만 외발로 우리 경제를 견인하기엔 한계에 왔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간과 정부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기여율을 따져보면 2017년 1분기에만 해도 민간 대(對) 정부가 87% 대 13%로 민간이 성장을 주도했는데, 올 3분기에는 22% 대 78%로 뒤집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투자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신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후 네 번밖에 없었다. 1956년(0.7%)에는 심각한 흉작 때문에, 1980년(-1.7%)은 2차 오일 쇼크로, 1998년(-5.5%)은 외환 위기로, 2009년(0.8%)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쇼크 수준의 충격이 없는데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2%가 무너질 위기다.

문제는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진정되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성장률 1.8%)과 모건스탠리(1.7%), BoA메릴린치(1.6%) 등은 올해보다 내년을 더 암울하게 전망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2017년 3.2% 성장률을 기록했던 경제가 불과 2년 사이 2%대가 무너지고 1%대로 추락한다는 것은 실적으로 치면 40% 가까운 폭락"이라면서 "민간의 소비·투자를 북돋울 정부 지출이 중요한데, 지금 재정이 쓰이는 곳은 성장 잠재력 확충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