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를 앞두고 삭제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자료는 불완전 판매 관련 실태 조사가 담긴 문서와 보상 방안에 대한 문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삭제한 파일은 모두 8월 초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하나은행 DLF 대책 반에서 만든 문서였다. 불완전 판매가 어느 정도로 이뤄졌고 보상 방안은 어찌해야 할 지가 담겨있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DLF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하나은행이 삭제한 불완전 판매 관련 실태 조사 문건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1829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실태조사를 했다. 1차 조사에선 전체 판매 건의 44%, 2차 조사에서는 전체 판매 건의 22%가 불완전 판매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2차 조사에서 불완전 판매율이 낮아진 것은 녹음 파일 청취 등의 작업이 병행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문서는 불완전 판매 보상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불완전 판매 사례를 설명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느 비율로 보상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두 건의 문서는 금감원 현장 검사 전에 삭제됐다. 문서를 만들 당시에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아 미리 보상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검사 때 이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은행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다.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현장검사 전에 하나은행이 DLF 실태를 1차와 2차 전수조사했고, 금감원이 검사에서 해당 파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고의로 은닉했다고 본다"면서 "지성규 행장이 지시해 작성한 불완전판매 자료가 포함돼있다"고 했다. 앞서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하나은행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을 파악한 뒤 포렌식으로 이를 복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