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경영’ 강화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할아버지와 닮았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 될 것이다. 30%는 플라잉카, 20%는 로봇이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우리는 이 안에서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12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이같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세번째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정 부회장과 직원들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안전에 바탕을 두고 사람들을 가상공간이 아닌 실질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가운데)이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추진하고 변화의 의도와 목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난 5년, 10년간 정체돼 있었다"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그는 "세계의 트렌드는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창출하기 위해 좀 더 과감하게 변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재 추진 중인 변화의 최종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뜸 "본인이 정말 좋아서 일을 하고 자기 직책이나 업무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며 강당에 모인 임직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체 직원 중 50% 이상이 재미를 갖고 만족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개인적으로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22일 타운홀 미팅에서 현재 추진 중인 기업문화 혁신과 자동차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정 부회장은 업무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즉각 ‘효율성’이라며 "회사는 이익도 내야하고 해야할 책임이 많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부터 수기결재판을 쓰는 것조차도 싫어해 주로 간단한 메일이나 화상전화로 업무보고를 받았다"며 "효율적이고 빠르게 뜻만 전달할 수 있는 보고체계를 갖췄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직원에게는 "전세계적으로 2500만대의 자동차가 공급과잉 상태에 있고 미래에는 사라지고 없어지는 회사도 나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미래는 차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서비스를 비롯해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이번 타운홀 미팅도 지난 3월 ‘자율복장’, 5월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열린 이후 세번째 행사다.

재계에서는 임직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스스로 벽을 허무는 정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이 그의 조부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닮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주영 회장은 과거 신입사원 입사식에 직접 참석해 씨름을 즐기고 건설현장 등에서도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갖는 등 적극적인 소통으로 현대그룹을 이끌었다.

과거 현대그룹 신입사원 연수에서 한 직원과 씨름을 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지시만 내리고 직원들은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식’ 변화로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기 어렵다"며 "정 부회장의 잦은 소통 행보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혁신이 성과를 내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