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불황 종식 가늠자...24일 SK하이닉스⋅31일 삼성전자 실적 컨퍼런스콜 주목

하락 일변도던 D램 가격이 3개월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저점을 찍고 반등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좋은 3분기(7~9월) 잠정실적을 내놓은 와중, 업계는 10월말로 예정된 D램 가격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낸드에 이어 D램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불황이 막을 내린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뒤에 있는 1공장은 이미 완공돼 가동 중이고, 2공장은 건물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22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 D램인 DDR4 8Gb(기가비트) 개당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9월말 기준 2.9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같은 수치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128Gb(기가비트) MLC 고정거래가격은 4.11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5~6월 3.93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등을 시작해, 3개월 간 가격이 4.5% 올랐다.

D램 가격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개당 8.1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사이 하락폭이 64.1%에 달한다. 낸드플래시 가격 또한 2017년 8월 5.78달러로 최고치를 보인 후 계속해서 하락하다 지난 7월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는 추락을 지속하던 D램 가격이 횡보하는데 안도감을 보이고 있다.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전환한 낸드 가격추이는 업황 회복에 기대감을 더한다.

실제 삼성전자(005930)는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넘어서는 3분기 잠정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 7조7000억원, 매출 62조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잠정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56.1%, 매출은 5.2% 줄었지만 전 분기인 올 2분기보다는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16.6%, 10.4% 늘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7조원 내외. 실제 발표치가 10% 더 높았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한 것이다.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에 반도체 기업 주가는 이미 고공질주다. 올해 내내 4만1000~4만7000원 사이에서 오가던 삼성전자 주가는 9월들어 급등해 최근엔 5만1000원에 거래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개발한 3세대 10나노급(1z) DDR4 D램.

내리막이던 메모리 가격을 붙잡는 분야로는 PC와 5세대(5G) 스마트폰·통신장비가 꼽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올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 3분기보다 3% 늘어난 7040만대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지자 IT 관련 산업에서 메모리 ‘고용량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가격 하락에 힘입어 4GB(기가바이트) D램을 채용하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6GB, 8GB D램이 탑재되고, 128GB가 주류던 모바일 낸드 메모리와 PC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용량이 256GB, 512GB로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D램 가격추이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서버·데이터센터 시장 수요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걸림돌로 꼽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PC와 모바일향 메모리 수요는 개선됐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고성능 서버용 D램은 여전히 재고가 많다"며 "연말까진 D램 가격 반등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메모리 업계를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24일과 31일 최종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가질 컨퍼런스콜 내용이 주목된다.

증권가는 신중한 반응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추가적인 D램 가격 하락이 이뤄질 수 있지만, 연말 주요 고객사 재고 확보 수요와 PC용 D램 가격 상승 전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수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는 바닥을 찍었다기보단 바닥을 지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해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