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 유통업계·소비자 설득 못 해
낮은 할인율·오프라인 중심 행사로 주목도 떨어져…백화점도 외면

지난해 9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하루 앞둔 서울 명동 거리.

"광군제·블프는 알아도 ‘코세페’는 몰라요."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쇼핑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음 달 1일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쇼핑 행사를 표방하지만,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외면해 이름값을 못 한다는 지적이다.

코세페는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만든 쇼핑 행사로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이 기간 백화점부터 전통시장까지 유통계 전반에서 할인 판매가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주도했지만, 올해 초 KSF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일정도 바뀌었다. 시행 초기에는 광군제(11월 11일)와 블랙프라이데이(11월 29일) 행사 전인 9월 말~10월 초에 열렸지만, 올해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다. 해외 쇼핑 행사들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유통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바다 건너 열리는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는데, 코세페가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① 석 달 전 참가업체 모집...홍보도 할인율도 미비
올해 코세페는 '사는 게 즐거워진다'를 슬로건으로 예능인 강호동을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주부 김인영(39) 씨는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무조건 쇼핑을 장려하는 광고가 와닿지 않는다"라고 했다.

슬로건과 달리 쇼핑으로 얻는 이익도 적어 보인다. 작년 코세페 행사를 살펴보면 신상품의 할인율은 10~30%, 재고상품은 50% 수준이었다. 이는 평소 할인 쿠폰이나 브랜드 세일 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반면,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는 50% 안팎의 신상품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화끈한 이벤트를 펼친다. 최대 90%의 재고떨이 행사도 열어 "그날만 기다린다"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세페가 참가업체 모집을 시작한 게 8월이다.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국내 유통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를 만드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단 하루의 매출을 위해 일 년 동안 준비하는 광군제와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올해 코세페는 예능인 강호동을 모델로 세우고 홍보 중이다.

② 온라인 쇼핑 시대에 오프라인 쇼핑 행사를?
코세페가 오프라인 중심의 행사라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코세페가 벤치마킹한 모델이 블랙프라이데이인데, 이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 쌓인 재고를 할인 판매하는 오프라인 쇼핑 행사다. 매출 비중도 오프라인 크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현재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한 광군제(지난해 약 35조원)가 블랙프라이데이(지난해 약 27조원)의 실적을 앞지른 지도 오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오프라인에서 보여주기 행사처럼 진행되는 것이 부진의 이유"라며 "해외 직구와 새벽 배송 등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를 사로잡을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코세페 측은 올해부턴 참여 업체를 온라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코세페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세페에 참여하기로 한 업체 수는 512개다. 사무국 측은 올해 참여 업체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참여업체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코세페 참여 업체 수는 2015년 92개에서 지난해 500여 개로 증가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줄었다. 지난해 매출은 4조5000억원으로, 451개 업체가 참여했던 2017년(10조8060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③ 공정위 제재에 백화점 참여 거부
특히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판촉 행사 심사지침 개정에 반발한 백화점들이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난항이 예상된다. 작년까지는 할인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납품 업체가 져왔는데, 올해부터는 백화점과 절반씩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은 할인으로 인한 손실 중 10분의 1 정도만 부담해왔다. 공정위 지침대로라면 백화점은 할인행사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백화점 정기세일 진행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코세페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집객 효과보다 손실이 큰 행사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백화점 협회에 따르면, 공정위 지침에 따라 할인 비용 절반을 부담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세일을 없앨 경우는 영업이익의 7~8% 감소에 그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세페가 축제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일정을 일관성 있게 운영하는 등 브랜딩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통 업체들에 참여만 유도할 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 상징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