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스마트폰 수요 자극 5G 모멘텀 예상보다 강해"
올해 자본지출 당초 계획보다 50% 늘린 150억달러로 확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올 3분기(7~9월)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올렸다. 5세대(5G) 장비와 스마트폰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차량·고성능 컴퓨팅(HPC)까지 시스템 반도체 전 영역에서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청신호’가 울린다.

TSMC는 지난 17일 올 3분기 매출 93억9600만달러(약11조1000억원), 영업이익 34억5900만달러(약 4조84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환율영향을 제거한 대만달러(NTD) 기준 실적으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6%, 13.3% 늘어난 수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 대만 TSMC의 공장 전경.

TSMC는 지난 2분기(4~6월) 실적 발표와 함께 3분기 매출 예상치가 91억~92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적표를 내놓은 셈이다. 반도체 시장 업황이 바닥을 향하던 올 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회복 속도는 더욱 두드러진다. TSMC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는 각각 21.6%, 41.4% 늘었다.

공정별로는 2분기보다 7나노(nm) 매출이 56%, 16~20나노 매출이 16% 늘었다. 분야별로는 스마트폰(33%), HPC(10%), IoT(35%), 차량(20%) 등 전 영역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웬델 황(Wendell Huang)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HPC 부문에서 7나노 공정 새 제품들이 출시돼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TSMC는 고성능 스마트폰과 5G, HPC 전반에서 7나노 수요가 계속돼 4분기 매출 102억~103억달러, 영업이익 37억7000만~40억2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TSMC 호실적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다. TSMC는 시스템 반도체를 주문 생산해 납품한다.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 수요 또한 늘어나기 마련이다. 삼성전자(005930)는 TSMC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 기업이기도 하다.

TSMC는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 재고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다음 분기에도 스마트폰과 HPC향 수요 강세가 예상된다"며 "5G는 4G보다 양산이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전반에서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가 당초 예정보다 50% 늘린 150억달러를 올해 투자하기로 한 것이 차세대 5G 네트워크 덕분에 글로벌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고 18일 분석했다. C C Wei TSMC 최고경영자(CEO)는 "5G 모멘텀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6개월 전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등 3대 D램 업체 재고량이 10주치에 달했지만, 3분기 들어선 적정 재고 수준인 4주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말부터 폭락을 이어가던 D램 가격도 지난 7월말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5G와 HPC, 차량 등 수요 강세가 재개되고 있어 향후 D램 재고 소진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