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올해 전력 구입 단가가 2017년 대비 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구입 단가는 전력거래소가 한전 발전 자회사 등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이다. 전력 구입 단가는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한전이 그 부담을 떠안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어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당시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거의 없다"며 "2022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1.3%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원가가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전력 구입 단가 상승이 크지 않을 것이란 뜻이었다. 그러나 전력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력 구입 단가는 이미 2017년 대비 9.9% 올랐다.

전력 구입 단가가 큰 폭으로 올라 한전은 올 상반기 9285억원 적자를 내 2012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면서 값싼 원전과 석탄 발전량은 감소하는 대신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늘면서 한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조5000억원(자회사 제외)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삼화 의원은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탈원전·탈석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과소하게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적자 폭 확대는 원료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라며 "한전 적자와 직접적으로 연관해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