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함께 10월은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걷는 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다른 곳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수상 도시답게 베네치아에서는 매우 독특한 인물들이 탄생하였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지아코모 카사노바(1725~1798)의 자취를 따라 걷는 골목길 투어를 하며 호색한의 이미지에 가려진 또 다른 그의 진면목을 만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사노바가 태어난 직후인 1730년에 그려진 베네치아 풍경.

카사노바는 베네치아에서 한번은 도망쳤으며 또 다른 한번은 추방당했으니 애증이 교차된 곳이다. 먼저 카사노바가 남동생과 두 명의 여동생과 함께 자랐던 생가는 ‘칼레 말리피에로’(Calle Malipiero)라는 곳에 있다. 베네치아에서 ‘칼레’는 좁은 골목길을 의미하듯이, 이 조용한 뒷골목에서 9살 때까지 컸다.

카사노바의 생가의 뒷골목 건물에 새겨진 기념 안내판. 1725년 이곳에 태어나 성장했다고 설명이 되어있다.

엄마는 늘 공연 때문에 출장이 잦았기에 엄마 대신 어린 카사노바를 길러줬던 사람은 외할머니 마르치아였고 그녀의 집(주소: Calle de le Munegh 2993번지)에서 실제로 성장했을 것이라 학자들은 분석한다. 카사노바가 학업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을 때, 병든 할머니를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병구완을 했다고 한다.

카사노바가 태어나기 한해 전인 1724년 그의 부모가 결혼식을 올리고 한해 뒤 그가 태어나 세례를 받았던 산 사무엘레(San Samuele) 교회는 그라시 궁과 말리피에로 궁 사이에 있다. 대운하를 바라보는 좋은 위치다.

카사노바의 부모가 결혼식을 올렸고, 태어나서는 세례식이 거행되었던 산 사무엘레 교회.

말리피에로 궁(Palazzo Malipiero)은 그림 같은 대운하의 수로 변에 있다. 많은 전시가 열리는 그라시 궁 전시센터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아직 10대였던 카사노바는 이곳에서 76세의 노인이자 귀족이었으며 정계의 거물 말리피에로와 친하게 된다.

그를 통해서 좋은 와인과 고급 음식 등 상류층 취향의 문화에 눈을 뜨게 된다.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도 교분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카사노바의 인생역전이 시작된 곳이다.

이곳을 드나들 무렵 그는 각각 14살과 16살인 나네타와 마르타 자매를 동시에 사귀면서 그의 여성 편력도 시작된다. 카사노바는 하지만 노정객의 젊은 애인 테레사 이메르에게도 작업하던 사실이 드러나 1742년 이곳의 출입이 금지된다.

대운하 변에 있는 말리피에로 궁. 카사노바는 이곳에서 당대 베네치아의 실력자였던 말리피에로를 알게 된 뒤 상류층의 고급취향과 만나게 된다.

카페 플로리안(Florian)은 1720년에 문을 열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유럽 전체로 보아도 두 번 째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카페다. 산마르코 광장 한 켠에 있는 탁월한 위치선정, 베니스 비엔날레의 장소 중 한곳으로 이용된다는 명성 등으로 인해 커피값은 무척 비싸다.

이곳은 카사노바가 여성들에 대한 작업의 장소로 또 불법 도박꾼과 외국 유력자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스파이 역할을 했던 곳이다.

1720년 이탈리아 최초로 문을 연 플로리안 카페. 산 마르코 광장 앞에 있는 이 카페에 카사노바는 단골손님이었다.

1755년 7월 25일 밤 그의 나이 서른 살 때 카사노바는 문란한 사생활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도 없이 두칼레 궁전 안에 있던 피온비 감옥에 투옥된다.

베네치아 최고 실력자 도제의 궁전 지붕 밑에 있던 이 감옥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들끓는 벼룩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두 곳을 연결한 다리가 탄식의 다리다. 카사노바는 1년 6개월간의 암흑 같은 투옥생활 중 탈옥에 성공하여 프랑스로 망명을 하게 된다.

다리 왼쪽은 두칼레 궁전이고, 오른쪽은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이다. 두칼레 궁전 안에도 카사노바가 투옥되었던 피온비 감옥이 있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탄식의 다리’.

악명 높은 두카레 궁전의 피온비 감옥에 투옥되었던 카사노바가 침대보를 이용해 천장을 통해 고공 탈출한 장면은 훗날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베네치아의 카사노바 자취 따라 걷기 여행코스는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천천히 걸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