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다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의 ‘3자 경쟁’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각각 화재 사태와 인증 문제 등으로 주춤했던 BMW와 아우디가 최근 만만찮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는 벤츠에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 출시된 아우디의 가솔린 SUV인 Q7 45 TFSI 콰트로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는 전년동월대비 296.7% 급증한 7707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질주했다.

벤츠는 지난해 8월 강화된 배출가스 인증 규제를 앞두고 재고 부족으로 판매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들어 인증을 거친 후 다시 예년 수준의 판매실적을 회복했다. 지난달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신차 출시나 파격적인 할인 등과는 무관한 ‘기저효과’였던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BMW의 뚜렷한 회복세다. 지난달 BMW는 4249대의 판매량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07.1% 증가했다.

BMW는 지난해 7~8월 국내에서 판매된 디젤차량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브랜드 가치가 추락했다. 그러나 최근 화재 차량에 대한 리콜을 거의 마무리하고 화재시 확실한 소비자 보상 방안까지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7월 BMW는 신규 구매한 디젤차에서도 불이 나면 동일한 모델의 신차로 바꿔주는 신차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해 주는 ‘한국형 레몬법’보다 더 강화된 소비자 보상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화재 사태로 추락했던 BMW는 최근 잇따라 신차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이달 첫 선을 보인 BMW의 럭셔리 스포츠카 뉴 8시리즈

아우디 역시 최근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아우디의 국내 판매량은 1996대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16% 감소한 수치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아우디가 A3 40 TFSI를 평소보다 약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일시적으로 판매가 급증했었던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아우디의 판매량은 873.7% 급증했다. 아우디 역시 올들어 강화된 배출가스 인증으로 물량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지만, 8월부터 가솔린 모델로 주력 판매차종을 바꾸면서 다시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아우디가 지난 8월 출시한 가솔린 모델 SUV인 Q7 45 TFSI 콰트로는 1513대로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했다.

벤츠의 독주체제가 조금씩 흔들리고 BMW와 아우디가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은 개별 모델 판매량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에는 개별 차량 판매순위 상위 10종의 상당수를 벤츠의 ‘베스트셀러’인 E클래스가 채웠지만, 최근에는 각 업체별 모델들이 고르게 분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개별 모델 판매량 1위는 1883대가 판매된 벤츠의 E300이었다. 아우디 Q7 45 TFSI 콰트로는 벤츠 E300 4MATIC(1210대)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판매순위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벤츠는 고작 2종만 이름을 올렸고 BMW 5시리즈는 가장 많은 4종이 순위에 포함됐다.

벤츠 독주체제에서 과거와 같은 독일차 3사 경쟁구도로 바뀌는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아우디가 주력 중형세단인 A6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신차 공세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출시될 아우디 A6는 지난 2011년 이후 8년만에 완전변경된 8세대 모델이다. 최근 아우디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Q7 45 TFSI 콰트로와 같이 가솔린 모델이 먼저 첫 선을 보인다. 오랜 기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의 경쟁이 지속돼 온 가운데 오랜만에 출시되는 독일 중형세단 A6는 국내에서 만만찮은 판매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가격 프로모션에 소극적인 벤츠와 달리 아우디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판매 중인 E클래스가 출시 4년째에 접어든만큼 신차인 A6로 수입 중형세단 수요가 많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