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월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5위권중 유일하게 전달 대비 성장
中 토종 강점 가성비 벤치마킹 효과...내년초 399弗 아이폰 출시 전망도

애플 ‘아이폰11’이 예상 외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1 시리즈의 초기 판매량은 전작인 아이폰XS, XR 시리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가격 인하’ 전략이 통했다. 혁신과 높은 가격으로 대표되는 전략 대신 중국 스마트폰의 특징인 높은 가성비를 벤치마킹한 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중국 궈진증권이 분석한 9월 중국 스마트폰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의 98%를 차지하는 상위 판매 5개 브랜드(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애플) 중 전달 대비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한 곳은 애플이 유일했다. 지난달 20일 출시한 아이폰11의 활약이 컸다는 분석이다.

애플 아이폰11프로.

9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280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화웨이 9월 판매량의 경우 96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23% 감소했다.

애플은 같은 기간 433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전월 대비 78%,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아이폰11 효과에 힘입어 애플은 9월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15.4%를 기록해 샤오미(10.3%)를 제쳤다.

이에 올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는 지난 8월 21일 판매를 시작한 삼성 갤럭시노트10, 지난달 26일 정식 판매에 들어간 화웨이 메이트30 등과 비교해 아이폰11의 선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아이폰 11은 가격이 5499위안으로 지난해 나온 전작인 아이폰XR 보다 1000위안 낮다. 미국에서의 판매 가격 인하폭(50달러, 약 350위안)보다 크다. 아이폰11은 중국에서 정식발매전 온라인쇼핑몰 징둥닷컴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지만 첫날인 지난달 13일 주문이 몰려 5분만에 예약판매를 중단해야했다.

중국 시장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도 아이폰11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일본, 대만 부품업체에 당초 올해 생산하기로 했던 아이폰 11시리즈 물량(약 7000만대)에서 10%를 증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이는 지난달 10일 아이폰11 발표 직후 CNN, 포브스, WSJ 등 주요 외신이 "애플은 따라잡기(catchup)만 한다", "매년 같은 수준의 업데이트를 한다", "시대에 뒤처졌다"면서 혹평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카메라 디자인도 주방 ‘인덕션’과 닮았다는 조롱을 받았다.

불룸버그는 "아이폰 시리즈 중 최대 판매량을 자랑했던 아이폰6 시리즈가 노쇠화된 만큼 교체 수요가 크고, 아이폰11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고객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미국 유력 소비자 평가지 컨슈머리포트에서 아이폰11 시리즈가 삼성전자 갤럭시S10·노트10 시리즈를 제치고 1∼2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제품 모델 가격을 인하한 건 과거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그만큼 포화되며 애플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노트10.

아이폰11의 선전은 삼성전자에게 어두운 소식이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힘을 잃으며 삼성전자의 시장 독주가 예상된 가운데 애플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 아이폰11 수요를 좀 더 지켜봐야된다는 평가지만, 애플이 성공한다면 내년 출시할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기세를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셈이다. 애플은 특히 내년 1분기에 아이폰11 보다 가격을 절반수준으로 낮춘 399달러 짜리 새 아이폰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TF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가 14일 전망했다. 궈밍치는 아이폰8과 같은 모양의 이 스마트폰이 아이폰 11과 같은 프로세서를 채용할 것이라며 현재 아이폰6와 6s를 쓰는 고객들을 유치해 애플의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가성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도 가성비 전략을 강화한다.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노트10 라이트(가칭)를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출시 25일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울만큼 인기를 얻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10 라이트의 경우 갤럭시S10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S10e’ 사례를 봤을때 하드웨어 사양한 비슷하지만 내장 지능인식 센서 등을 제거해 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는 약 8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2분기 점유율이 0.7%로 다시 1% 밑으로 내려갔지만 8월 하순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이 10월초까지 210만대 팔리는 호조를 보여 2분기 판매량의 3배 수준에 달했다.

화웨이의 메이트30도 정식 발매 사흘만에 3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하지만 메이트30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능을 쓸 수 없어 해외 판매 제약이 예상된다. 올 하반기 아이폰11, 갤럭시노트10, 메이트30이 벌일 스마트폰 대전의 승패는 연말까지의 성적표를 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은 이달 25일 한국에서 아이폰11 시리즈와 함께 애플워치5를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