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상쇄 못 해
하락세 멈춘 반도체…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 '보합'

지난달 수출·수입물가지수가 나란히 하락 전환했다. 한 달 전 수출입물가를 끌어올렸던 '환율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올랐음에도 환율이 하락한 영향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19년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전월(101.81)대비 0.8% 하락한 101.03으로 집계됐다. 수출물가는 전월 상승 전환한 지 한 달 만에 내려갔다. 전년동월대비로는 2.2% 내려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울산 울주군 온산항 수출 터미널.

수출물가지수가 떨어진 건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97.55원으로 전월(1208.98원)대비 0.9% 내려갔다. 이같은 환율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국제유가가 올라 환율 효과를 뺀 수출물가는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물가가 전월에 이어 보합세를 나타냈다. 주요 반도체 부품인 D램 역시 원화 기준으로는 0.9% 하락, 계약통화 기준으로 두 달 연속 보합을 기록해 하락세가 멈췄다는 평가다.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9% 하락했는데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보합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 체제를 도입했고, 재고조정에 따라 구매수요가 좀 생겨난 것 같다. 다만 하락세가 완전히 멈췄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공산품 수출물가는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1.6%), 화학제품(-1.3%) 등이 내리면서 0.8% 하락했다. 다만 석탄및석유제품(3.2%)은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상승했다. 벙커C유(11.9%), 나프타(5.9%), 경유(2.7%) 등이 오름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평균 두바이유가는 배럴당 61.13달러로 전월(59.13달러)대비 3.4% 올랐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10.59로 전월(111.01)대비 0.4% 하락했다. 8월까지 두 달 연속 올랐지만 9월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 역시 환율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내렸기 때문이다.

수입물가에서 가장 가중치가 큰 중간재는 석탄및석유제품(4.2%)이 벙커C유(8.6%), 나프타(3.6%)를 중심으로 올랐지만,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3.2%), 화학제품(-0.9%) 등이 내려 0.6% 하락했다. 원유(2.4%)를 포함한 광산품(0.5%)이 오르면서 원재료는 0.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