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IT 기업들이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대에 우호적인 서비스와 여론을 자체 검열하고 나섰다. 14억 시장에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맞닥뜨리거나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아예 접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앞에 납작 엎드린 것이다. 미국에선 이런 행태를 두고 '돈 앞에서 도덕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난 9일(이하 현지 시각) '홍콩맵닷라이브(Hkmap.live)'라는 실시간 지도 앱을 자사 앱장터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텔레그램' 메신저에 올린 정보를 모아 경찰의 실시간 위치와 최루탄 사용 여부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다운로드 횟수 5만을 넘기며 인기를 끌던 이 앱은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끈한 직후 사라졌다. 인민일보는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라는 제목의 전날 논평에서 "(이 앱이) 시위대가 홍콩 경찰관을 폭력의 표적으로 삼고 경찰의 추격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며 맹비난했다. 애플은 이 논평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앱을 삭제 조치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해당 앱이 "홍콩 경찰관들의 법 집행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앱스토어의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에 중국은 단일 국가로는 미국에 이은 2위 시장이다.

구글은 10일 자사 앱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는 게임 앱을 돌연 삭제했다. 앱 사용자가 홍콩 시위대가 돼 시위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IT 업체가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화나게 할 위험은 줄었지만 중국 본토 외의 국가들로부터의 비난은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