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 업계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외식 물가가 높아지고,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가 가격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편의점들도 할인행사와 대용량 상품 출시에 나섰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7일부터 ‘실속상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500원짜리 봉지라면부터 900원짜리 원두커피, 1500원짜리 식빵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한 달간 생필품 반값 할인도 진행한다. 세제, 휴지 등 1인 가구가 단기간에 소비하기 힘든 상품은 ‘1+1행사’ 대신 50% 할인해준다.

이마트24도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민생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올해 2월부터 판매한 민생라면(390원)은 500만개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도시락 김, 황사 마스크, 미용티슈 등 민생시리즈도 각 제품별 매출액 순위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크기를 키운 대용량 상품을 내놓는 것도 편의점들의 전략이다. CU는 올 하반기 가격 대비 용량을 대폭 늘린 간편식을 잇달아 출시했다. 그 결과 3분기 간편식 월평균 매출은 1~2분기 대비 7.1% 증가한 수준이다.

CU에서는 내용물을 2배 더 넣은 삼각김밥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100만개 넘게 판매됐다. 치즈가 잔뜩 들어간 치즈 만수르 돈까스도 출시 3일 만에 도시락 부문 1위에 올랐고, 2위 제품보다 25%나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GS25는 대용량인 서장훈 시리즈를 선보였다. 서장훈 슈퍼롱치즈김밥은 일반김밥보다 1.5배 길고, 후랑크와 소세지도 길이가 207mm로 다른 간식보다 양이 많다. 서장훈 시리즈 상품은 판매 2개월만에 160만개를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기존의 1.7배 사이즈의 장군 비빔밥을 출시했다. 중량을 일반 도시락 대비 크게 늘리고 가격은 내려 대표적인 가성비 상품으로 꼽힌다. 용기 크기도 기존 편의점 도시락 대비 큰 편이다.

편의점 업계가 가성비상품 출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점당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서다. 편의점 출점시 거리를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시행되자, 편의점 4사의 올해 1~9월 순증 점포수(1905개)는 전년도 같은기간(2228개)대비 300여개 넘게 줄었다.

올해 들어 재계약이 도래하는 점포가 급격하게 많아지는 점도 원인이다. 편의점은 보통 5년 계약을 하는데 2014년에 문을 연 점포가 많아 올해 계약이 끝나는 점포도 많을 전망이다.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상품 구성이 다양한 편의점을 선택해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계는 재계약을 앞두고 점포당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기획상품과 차별화 상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차별화 상품의 마진은 일반 상품보다 3~4%포인트 높아 점포와 본부 수익성 개선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