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마이너스’…"수요 위축 심화로 볼 수 없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10일 진단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KDI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4%)로 발표된 이후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Deflation·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수요 위축이 심화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KDI는 이날 발표한 ‘2019년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가 확대됐으나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달 말 발표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 확대가 확인됐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경기부진 판정을 내렸다. 8월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4.1% 증가했지만, 설비투자(-2.7%), 건설기성액(-6.9%), 광공업생산(-2.9%) 등은 모두 감소했다.

이에 대해 KDI는 "8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생산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부진은 완화됐으나, 수출과 투자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 부진에 대해서는 "반도체(12.2%)와 통신방송장비(23.0%)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자부품(-16.9%)과 자동차(-11.9%)가 부진해 전월(0.6%)보다 낮은 -2.9%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조업 출하가 내수출하(-3.3%)가 감소로 전환하였고, 수출출하(0.9%)도 증가폭이 축소되며 전월(1.0%)보다 낮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면서 "제조업재고율은 전월(115.6%)보다는 낮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인 112.4%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설비·건설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KDI는 "설비투자는 기저효과가 악화되면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축부문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KDI는 향후 경기흐름에 대해서는 "제조업 재고율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경기가 더 악화될지는 좀 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KDI는 공식 판정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0.4%) 상승률을 기록한 9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가격의 하락으로 전월(0.0%)보다 하락폭이 확대됐으며, 근원물가도 0.5%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도 "이를 수요 위축이 심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농산물가격은 작년 9월에 14.9%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주로 기인하여 13.8% 하락했으며, 공공서비스가격은 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확대되면서 1.2%하락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가격의 기여도는 -0.69%P(포인트)와 -0.17%P로 전월(-0.53%P, -0.01%P)에 비해 각각 -0.16%P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변동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