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3.3㎡당 1억원쯤에 아파트가 거래된 사례도 나왔다. 정부는 부랴부랴 이달 초 새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는지 감시하는 것을 일상화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장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정부가 불과 2주 전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부동산 시장에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가 마뜩잖아서다.

정부는 집값이 들썩인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9월 16일 "주택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근거로는 작년 9·13 대책을 내놓은 이후 7개월 동안 2.11% 내린 서울 집값이 두 달 동안 0.26% 오르는데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당시 이 수치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미 서울 각지에서 거래량이 늘고, 전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불과 2주 만에 집값이 서울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인다고 말을 바꾸며 규제를 쏟아냈다.

정부 판단이 이렇게 늦은 이유로는 정부가 주로 참고하는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실제 시장 상황과 좀 동떨어져 있다는 것에도 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다른 민간 조사 기관보다 늦게 움직이면서 또 작게 움직이곤 한다.

예를 들어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값은 7월 첫주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9월 마지막 주 상승률은 0.08%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값은 6월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9월 마지막 주 상승률은 0.15%였다. 민간 지표가 집값은 일찍부터, 그리고 많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동안 정부는 아니라는 숫자를 기반으로 시장을 보고 정책 판단을 한 셈이다.

작년에 서울 아파트 값이 6.73%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 감정원 통계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중개업소 몇 곳만 돌아보고 확인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을 정부만 몰랐던 것이 이번 한 번뿐이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다 이래서다.

진단부터 잘 못 했으니 처방이라고 내놓는 대책에 약발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