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기계, 인공지능(AI)은 이제 현실이다. 우리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AI 체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이재현 교수는 신간 '인공지능 기술비평'(커뮤니케이션북스·사진)에서 AI에 대한 기술 비평을 시도했다. 기술 비평이란 매체 비평과는 다르다. 기술 비평은 내용이 아닌 매체 또는 기술을 다룬다. 그렇다고 기기 비평은 아니다. 기기를 포함하는 기술적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이다.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이 책에 'AI 기술과 철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생각해보자. GAN은 가짜를 만드는 AI와 가짜를 가려내는 AI의 내부 경쟁을 통해 세상에 어딘가 있을 법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 교수는 이를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칭할 때 쓴 시뮬라크럼 개념에 견줘 설명한다. 몽환적인 그림을 그리는 AI 화가인 구글 딥드림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에 비유한다.

기술과 철학의 만남은 기술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지만 다르게 보면 철학적 통찰 대상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책에는 일반인이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기술과 철학 내용이 많지만 인류가 만든 기술은 언제든 철학의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