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아기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 앱(응용프로그램)이 알아서 눈에 이상이 생겼는지 병원보다 먼저 알려준다.

미국 베일러대의 브라이언 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스마트폰 앱인 '크레이들 화이트 아이 디텍터(CRADLE White Eye detector)'로 사진 속 아기 눈동자가 희게 나오는 백색동공(白色瞳孔) 증세를 80% 정확도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앱이 스마트폰에 찍힌 아기의 오른쪽 눈 동공(붉은색 네모)이 정상보다 더 희게 보이는 백색동공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안과 질환을 병원보다 먼저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밤에 사진을 찍으면 정상적인 눈은 붉게 나온다. 카메라 플래시에서 나온 빛이 붉은색 혈관이 많은 망막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막아세포종이라는 희소암에 걸렸거나 백내장, 코트병 같은 질병이 생기면 암세포나 혈관 변형 등으로 망막에서 반사되는 빛이 줄어들면서 사진에 눈동자가 희게 나온다. 망막아세포종은 5세 이전에 발병하는데 조기 진단하면 완치가 가능하나 늦게 진단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정상적인 눈과 백색동공이 나타난 눈 사진을 가려내도록 기계학습을 시켰다. 이후 아기 40명의 사진 5만2982장을 앱으로 분석하게 했다. 인공지능 앱은 백색동공을 가진 아기 20명 중 16명을 병원 진단보다 평균 1.3년 앞서 가려냈다. 한쪽 눈만 백색동공이면 9개월 먼저 진단할 수 있었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아기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앱만 있으면 질병의 자동 조기 진단이 가능한 셈이다.

쇼 교수는 자신의 아이가 생후 4개월에 망막아세포종으로 진단받고 한쪽 눈을 실명(失明)한 일이 앱 개발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앱을 개발하고 자신의 아기 사진 7000장을 분석했더니 이미 생후 12일부터 백색동공 현상이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인공지능 앱이 있었다면 아기의 실명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앱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만 명 이상이 앱을 내려받았다고 알려졌다.

질병 진단용 앱이라면 미식품의약국(FDA) 허가가 필요해 무료 공개가 쉽지 않았겠지만, 이번 앱은 어디까지나 백색동공만 확인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