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慶祝) 서초호반써밋으로 명칭 변경'.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에코리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이런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아파트는 울트라건설이 지어 2013년 입주한 곳이다. 3년 뒤 호반건설이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는데, 이후 호반의 아파트 브랜드인 '호반써밋'으로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는 입주민 요구가 이어졌다고 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곳 말고도 단지 이름을 바꿔달라는 문의가 여러 곳에서 들어온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도 법원 소송까지 불사하며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아파트 브랜드 중요성이 높아지며 이런 흐름이 더 거세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와 부동산114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5049명)의 92%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할 정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름을 바꾼 후 집값이 더 오르는 사례 등이 나오면서 '브랜드가 곧 집값'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엠코타운 센트럴파크'와 '상도엠코타운 애스톤파크'는 지난 7월 각각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 '힐스테이트상도프레스티지'로 이름을 바꿨다. 주민 투표에서 입주민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특정 지역명을 넣어 개명하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는 인근 '광교신도시' 이름을 넣었다.

반면 공공·임대아파트 브랜드는 이름 지우기에 한창이다. 2012년 입주한 대구 '칠성 휴먼시아'는 지난 6월 '대구역 서희스타힐스'로 이름을 바꿨다. 분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브랜드 대신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브랜드로 바꾼 것이다. 부산 '범일LH오션브릿지' 아파트도 지난해 8월 입주 1년 만에 LH를 떼고 '오션브릿지'로 개명했다.

아파트 이름은 주민 80%가 찬성하고 구청 승인을 받으면 바꿀 수 있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려면 해당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핵심 자산인 데다 어느 브랜드에 사느냐에 따라 심리적 만족도까지 달라지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