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일부 사모펀드 상품의 환매를 연기했던 국내 헤지펀드 1위 라임자산운용이 며칠 만에 또 다른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8일 "당사 대체투자 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된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한다"며 "원래 일정대로 상환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두 펀드는 라임운용이 국내 여러 금융회사에 판매한 상품들이다. 환매 중단 금액은 플루토 54억원, 테티스 34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플루토 FI D-1호는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상품이다. 라임운용은 이 상품의 시장성이 낮아 장내 매각 등을 통한 자산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다고 환매 중단 이유를 전했다. 라임운용은 또 "기본적으로 유동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자산 매각에 무리하게 나설 경우 금전적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테티스 2호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것이다. 라임운용은 "대개 1년~1년 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 전환 후 매도할 수 있고,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기다리거나 상환 청구를 통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그런데 올해 7월 이후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와 관련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라임운용은 "자산을 무리해서 저가 매각하면 펀드 수익률이 저하되고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며 "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된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합리적인 가격 범위 내에서 자산들을 최대한 신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판매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덧붙였다.

라임운용의 거듭된 사과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라임운용은 불과 일주일 전인 이달 1일에도 "당사 사모채권펀드 3개에서 상환금 지급 연기가 발생했다"며 펀드 만기일을 10월 2일에서 11일로 미룬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문제가 된 상품은 ‘라임 톱(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였다. 이 상품은 교보증권(030610)의 채권형 펀드와 라임운용의 사모채권펀드를 각각 50%씩 편입하는 펀드다. 이중 교보증권 펀드는 현금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라임 쪽 펀드에서 차질이 생겼다. 상환 연기 금액은 약 274억원이었다.

현재 라임운용은 상장사 CB 장외거래,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 등의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공정 거래 논란과 금감원 조사 이슈가 라임운용의 원활한 채권 매각을 방해하면서 결국 유동성 위기까지 불러온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