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인하 묻자 "통화정책, 경기회복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은 독립성·실기론 또 도마 위…"디플레 가능성 낮지만 경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통화정책'을 강조하면서 이달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에서다. 한은의 독립성은 이번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과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달 금리인하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여러 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를 금통위 결정에 반영하냐'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시장의 기대는 충분히 알고 있다"며 "현재 한은은 경기회복세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책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상태"라고 했다. 이달 금통위는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이 총재는 현재 1.50% 수준인 기준금리를 고려했을 때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금리인하로 경제회복세를 끌어 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통화정책 효과가 상당히 제약돼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 언급하는 큰 폭의 금리인하 등 과감한 통화정책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과거와 같지 않아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럴 때 일수록 재정정책 효과가 더 크다"고 답하면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큰 재정정책의 확대를 주문했다. 역대 최저 기준금리가 1.25%로, 한 차례만 더 인하하면 도달하는 만큼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의 경기정점 설정 이후 제기된 한은의 '실기론'도 국감장에서 언급됐다. '지난해 11월 경기 하강국면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이 총재는 "지난해 인상할 땐 경제가 이렇게 나쁘리라고는 생각 안 한 게 사실"이라며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알았다"고 답했다.

9월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난 만큼 디플레이션에 대한 질의도 끊임없이 나왔다.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을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해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복지정책 강화라는 공급측 요인을 제거하면 물가상승률이 플러스인데다, 기저효과가 없어지는 연말이 되면 다시 1%대로 오를 수 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한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본다면 재정, 통화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여 '디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경계는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은의 독립성 논란은 이날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자 '한은이 정부를 보느라 할 말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진단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줄을 이었다.

이 총재는 '정부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표한 적 있냐'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지적을 따갑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면서 "사실상 정부의 미시정책이라는 것이 경제적 영향 만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서 결정을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한은이 발간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저자의 동의 없이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자 동의 없이 보고서 내용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또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는 정부 인사의 발언을 개의치 않고 금통위원의 독자적인 결정에 따른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