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금액 4299억원, 부동산 감정가 1조4900억원에 달하는 롯데리츠가 이달 말 상장한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있는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는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랩 등 5개로 총 1조원 규모다. 롯데리츠가 상장할 경우, 국내 최대 상장 리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츠는 특정 부동산이나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신탁이다. 롯데리츠도 현재 건물주인 롯데쇼핑(023530)이 세입자가 되고 투자자인 롯데AMC가 건물주가 돼서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롯데리츠는 지난 상반기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실패에도 상장에 도전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NH리츠(오피스리츠), 이지스자산운용리츠(오피스·호텔) 등 7개의 신규리츠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롯데리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롯데리츠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봤다.

① 연 6%대 수익 롯데리츠…롯데쇼핑, 리츠 지분 50% 보유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지급하는 고정 임차료(연 1.5% 상승)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연간 약 6.3~6.6% 내외의 배당수익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쇼핑과 장기계약(9~11년)을 맺은 데다 관리비용 리스크는 없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리츠 지분의 50%를 보유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의 앵커투자자로서 책임 임차를 제공하는 한편, 점포 매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리츠를 보유해 배당·시세차익을 누린다는 계획이다.

권준영 롯데 AMC 대표이사가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롯데리츠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리츠의 자산관리를 맡은 롯데AMC의 권준영 대표이사는 "롯데리츠는 공모투자자에게 6%대의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롯데쇼핑이 지분을 가지고 있어 다른 리츠보다 안정적인 편이다"라고 말했다.

②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골고루 편입…비(非)리테일 자산도 편입 계획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의 아웃렛·마트·백화점 점포 10곳의 부동산을 증권화해 상장하는 상품이다. 대형마트로만 구성됐던 홈플러스 리츠보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리츠의 투자 대상은 롯데백화점(강남·구리·광주·창원점) 4곳, 롯데마트(대구율하·청주·의왕·장유점) 4곳, 롯데아웃렛(대구율하·청주점) 2곳이다. 전체 연면적은 63만8779㎡(약 19만평), 총 감정평가액은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편입 자산을 살펴보면 수도권 3곳, 지방 7곳이며, 자산규모로 보면 수도권 7397억원, 지방 7480억원으로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백화점 비중은 72%, 할인점 비중은 23%, 아웃렛은 4% 정도다.

롯데리츠는 또 롯데쇼핑이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는 84개 점포에 대해 ‘우선매수협상권 약정(ROFO)’도 체결해 추가 자산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자본시장업계에서는 롯데의 핵심 부동산인 소공동 본점, 잠실 본점 등이 지분 문제로 빠지면서 롯데리츠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권 대표는 "롯데쇼핑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포 위주로 편입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롯데쇼핑 자산을 추가적으로 편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호텔, 물류 등 비(非)리테일자산도 편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③ 실적 부진 지속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리츠에 타격될 수도

우려할 부분도 물론 있다. 바로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출점이 막힌 가운데 온라인쇼핑의 급성장, 인건비 상승 등으로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년 만에 반 토막이 났고, 롯데마트는 1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이 리츠에 편입시킨 점포 10개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2곳뿐이다.

추가적인 정부 규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 판촉 행사와 관련한 심사지침 연장을 추진하면 백화점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아웃렛 등 대규모유통업자가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경우, 최소 50% 이상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롯데리츠의 기초자산인 백화점·마트·아웃렛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리츠 투자에 따른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투자회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기초자산으로 엮여있어 실적 악화로 폐점하거나 다른 업으로 전환할 경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AMC 측은 폐점 우려에 대해 "유통업계 업황에 관계없이 부동산 가치를 꾸준히 제고하겠다"며 "매출 부진으로 매장을 접어야 할 경우 오피스텔 건립, 용지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④ 국내 최대 초대형 리츠...국내외 리츠 주가 흐름은 제각각

롯데리츠는 걸음마 단계인 국내 리츠 시장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 리츠의 비중은 0.06%로, 미국(4%), 싱가포르(13.4%)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내에서 초대형 리츠의 공모 선례는 아직 없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상반기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과 국내 업황 악화에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하자 상장을 접었다. 당시 홈플러스의 수요예측에 들어온 자금은 당초 계획한 1조5000억원~1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미 상장한 국내외 리츠의 흐름도 엇갈려 종잡기 쉽지 않다. 국내 신한알파리츠(293940)이리츠코크렙(088260)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각각 42%, 39% 상승했다.

반면 미국 유통 리츠의 주가 수익률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21.4%를 기록했다. 미국 상장 리츠의 평균 주가수익률(1.34% 상승)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롯데AMC는 정부의 공모 리츠 지원 대책에 힘입어 롯데리츠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공모형 리츠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경우, 투자금 5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리츠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주당 공모가격을 5000원으로 확정했다. 롯데리츠의 일반투자자 청약물량은 총 공모물량인 8598만4442주 중 35%인 3009만4554주이며, 오는 10월 8일과 10일, 11일 3일간 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일반 투자자가 청약할 수 있는 증권사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이다.

김동완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지난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전체 공모 물량의 65%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969개 기관이 참여해 3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일반인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