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불황에도, 가구업계 사세 확대
가구 넘어 인테리어 시공·관리까지...한샘 리하우스 월 판매량 1000세트 넘어

한샘이 제안한 초등 자녀가 있는 거실, 리하우스 패키지 ‘모던 화이트3’을 활용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가구업계가 리모델링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택 거래량은 줄었지만,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은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이 2017년 28조4000억원에서 2020년 4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구 회사들의 올 상반기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업계 1위인 한샘(009240)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7.7% 줄어든 395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현대리바트(079430)역시 올해 2분기 매출이 3022억원으로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에넥스와 까사미아 등 중위권 가구 업체도 실적이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부진의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31만 410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8.2% 감소했다. 최근 5년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35.8% 떨어졌다. 이사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레 인테리어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실적 부진에도 가구업계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주목한 곳은 리모델링 시장이다. ‘새집’ 대신 ‘헌집’을 고치고 보수해 불황을 이겨내겠다는 포부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축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주택은 지난해 기준 797만호로, 전체 주택수의 약 47%에 달한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은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이 2017년 28조4000억원에서 2020년 4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샘은 리모델링 사업 전문 브랜드 리하우스가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인테리어 전 과정을 서비스하는 리하우스 패키지는 올해 2분기 판매량이 1분기보다 50% 이상 늘었다. 월 평균 판매량은 1000세트가 넘는다.

한샘은 리하우스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리점 수를 확대하는 중이다. 현재 300여 개의 리모델링 제휴점과 부엌 대리점을 리하우스 대리점으로 전환했고, 내년까지 5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200~400평 규모의 리하우스 전시장도 50개로 확충한다.

서울 논현동 현대리바트 키친 플러스.

한샘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공이 뜸한 여름철(7~9월)에도 월평균 900세트 가량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라며 "리하우스 대리점과 대형 쇼룸을 대폭 늘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라고 했다.

하반기엔 홈케어 사업에도 뛰어든다. 기존의 매트리스, 정수기 등으로 한정됐던 관리 서비스를 에어컨, 욕실 관리까지 확대해 종합 인테리어 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내년 사업 개시를 목표로 욕실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리바트 키친을 통해 주방 리모델링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욕실까지 범주를 확대해 사업 역량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런 구상은 소비자간 거래(B2C)를 강화하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기존에는 건설사 빌트인 가구 중심의 기업간 거래(B2B)에 치중했지만, B2C 사업을 확대해 개인 차원에서 홈퍼니싱과 리모델링을 원하는 소비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인수 전까지만 해도 B2C사업의 비중이 전체의 25%에 불과했지만, 현재 절반 이상 늘었다"며 "욕실 리모델링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넥스도 지난달 18일 개인 맞춤 주방 인테리어 서비스인 '키친 팔레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고객이 색상과 인테리어 소품을 취향대로 선택하면 그에 맞춰 부엌 인테리어를 완성해 주는 상품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파트 전체 리모델링 시장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부진하지만, 장기적으로 집꾸미기와 리모델링의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