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10년 만의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여파로 미국과 한국·일본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했다.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유럽·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나 홀로 호조'를 보여온 미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진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1일(현지 시각) 발표된 9월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PMI·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부진에 뉴욕증시는 1.28% 하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가 주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1일(현지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9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달(49.1)보다 큰 폭으로 내려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42.8)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동향 지표로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중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충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티머시 피오레 ISM 의장은 "미국 제조업 지표가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지난 7월부터 (미국)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은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9월 독일 제조업 PMI는 41.7로, 2009년 6월(40.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9월 PMI도 7년 만의 최저치인 45.7로 떨어졌다.

도이체방크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지표를 볼 때 경기 둔화의 끝이 보이지 않고, 침체 위험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1일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28% 하락한 것을 비롯, 나스닥과 S&P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2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95% 내린 2031.9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5일(-2.56%)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하루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97억원, 40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2.56%), SK하이닉스(-3.05%), 현대차(-3.02%), 네이버(-1.88%) 등 시가총액 10위 내 종목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2% 내린 624.51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0.49%)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