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당초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지속된 한·일 갈등으로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 노선의 수요가 크게 감소한데다,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여객기

매년 3분기는 여름휴가와 추석연휴 등이 있어 항공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연이은 악재로 인해 항공업계의 3분기 이익이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형항공사에 비해 더 높은데다, 곧 신규 항공사까지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경영 위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대항항공 등 일부 항공사 영업이익 ‘반토막’ 전망 잇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대한항공(003490)을 포함한 일부 항공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과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등 3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전년동기대비 52.2% 줄어든 19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최대 여행 선호지 일본으로 향하는 출국자수가 8월에 전년동월대비 48% 급감했다"며 "달러대비 원화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외 손실도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 인터넷과 SNS 등을 중심으로 확산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신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해 일본 노선 부진으로 국제여객 부문의 실적이 둔화된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물 수요도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역시 큰 폭의 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B증권은 "일본 여행 수요 감소가 실적에 미친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고 판단된다"며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93.6% 줄어든 24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일본여행 수요가 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도쿄, 오사카 등 인기지역 뿐 아니라 일본 중소도시로 가는 노선도 잇따라 신설했다. 그러나 한일 갈등으로 일본여행 수요가 줄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6월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대구~기타큐슈 노선 신설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최근 항공사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신(新)항로를 개척하며 일본 노선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과 동남아 등의 새로운 노선이 빠른 시일 안에 일본 노선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들어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항공 수요가 공급에 비해 훨씬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충분한 노선 조정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도 필요하다"며 "당분간 항공사들의 탑승률과 운임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엎친 데 덮친’ 저비용항공사…내년에는 경쟁도 포화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이 쉽사리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난 ‘드론 공격’ 등으로 인해 기름값이 크게 오른데다, 달러대비 원화 환율도 1200원을 넘어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형항공사들에 비해 저비용항공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반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티웨이항공은 일본 노선의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다.

내년에 새로 국내 항공시장에 진입하는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내년에 3곳의 신규 저비용항공사들이 가세해 시장 포화 우려가 커진 점도 고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등 6곳의 저비용항공사가 운영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등이 추가된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 5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돼 항공사업자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조건부 변경면허를 발급받아 내년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호 연구원은 "현재 운항 중인 8개 업체만으로도 인구와 면적대비 과도한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3곳의 신규 항공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공급 과잉에 따른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